국립창원대, 6년 추적 끝 '하와이 독립유공자' 11인 묘소 규명

기사등록 2025/07/18 10:21:24

3월 5인 이어 6월 김공도·박금우 지사 등 6인 추가 확인

"지금 아니면 영원히 사라진다" 각오…1600기 전수조사

[창원=뉴시스]국립창원대학교 박민원 총장(가운데) 등 하와이 이민자 조사단이 지난 6월 현지 조사에서 독립유공자 고덕화·김공도 지사의 묘비를 확인한 후 추모하고 있다.(사진=국립창원대 제공) 2025.07.18. 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홍정명 기자 = 국립창원대학교는 6년에 걸친 학술 연구와 현지 추적 끝에 독립유공자로 추서됐지만 묘소를 확인하지 못한 하와이 독립유공자 11인의 묘소를 규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18일 밝혔다.

국립창원대학교 박물관과 지속가능발전연구소는 지난 2019년 하와이 초기 한인 이민자 묘소 전수조사에 착수해 현재까지 1600기를 확인했다.

이들 묘소를 정리·검토하는 과정에서 올해 3월 독립유공자 5인의 묘소를 확인했고 이어 6월 4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한 현지 조사에서는 묘소 미확인 독립유공자 명단을 토대로 고덕화, 김공도, 김영선, 박금우, 박정금, 홍치범 지사 등 6인의 묘소를 추가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올해만 총 11인의 독립유공자 묘소를 새롭게 밝혀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번 현지 조사는 독립유공자 발굴을 넘어 하와이 이민 1세대의 잊힌 삶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

연구팀은 후손 없이 방치된 시멘트·화산석 묘비가 빠르게 훼손되는 현실을 마주하고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사라진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각오로 현장 확인 작업에 임했다.
 
박민원 총장의 지휘 아래 묘지 탐문, GPS 좌표 기록, 묘비 탁본, 추모식 등을 실시했다.

국립창원대박물관 김주용 학예실장과 장찬영·민경택 연구원은 귀국 후 확보한 자료를 국가보훈부 공적조서, 일본 외무성 여권 발급대장, 미국 인구조사(Census)기록, 한국지명총람 등과 교차 검증해 묘소의 주인을 확정했다.

김주용 학예실장은 "이번 조사의 가장 빛나는 성과는 이웃 마을에서 나고 자란 '창원의 딸들'이 태평양 건너 독립운동 동지로 함께한 위대한 여정을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발굴된 주인공은 창원 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김공도(마산 외서 상남, 현재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박금우(마산 외서 성산, 현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 지사로, 이번에 처음으로 하와이 현지 묘소가 확인됐다.
 
두 지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한 장의 사진에 의지해 하와이로 이주한 '사진 신부'였으며, 대한애국부인회·영남부인실업동맹회·대한부인구제회 등에서 함께 조국 독립을 위해 힘을 쏟았다.
 
[창원=뉴시스]국립창원대학교 하와이 이민자 조사단이 묘소 미확인 독립유공자 명단을 토대로 지난 6월 4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한 현지조사를 통해 확인한 고 고덕화(맨 위 왼쪽서 좌우로), 김공도, 김영선, 박금우, 박정금, 홍치범 지사의 묘비 탁본.(사진=국립창원대 제공) 2025.07.18. photo@newsis.com
고향의 국립창원대학이 이들의 삶의 흔적을 직접 발굴했다는 사실은 여성 독립운동사를 복원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대학의 책무를 다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묘비는 잠겨 있던 역사의 문을 여는 열쇠이자 불분명했던 공적 기록을 보완하고 독립유공자들의 생애를 선명하게 복원하는 결정적인 1차 사료다.
 
창신학교 출신으로 알려진 박금우(2018년 추서) 지사는 그간 생몰 정보가 미상이었으나 이번 묘비 확인을 통해 1896년 4월 14일부터 1972년 1월 17일까지의 생애가 처음으로 명확히 밝혀졌다.

김공도 지사는 하와이 밀릴라니 추모공원(Mililani Memorial Park)에 남편인 고덕화 지사와 나란히 안장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묘비에는 남편의 성을 따른 '고공도(KO KONG DO)'로 표기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이와 함께 남편 고덕화 지사의 사망일 역시 기존 '1979년 9월'에서 '1979년 9월 16일'로 일자까지 확정됐다.

박정금 지사의 묘비에서는 생몰년(1900.8.8.~1980.7.24.)과 함께 하와이에서 사용한 이명(異名)인 'VIOLET'이 확인되었다.

홍치범 지사의 경우, '1883년경'으로 추정되던 출생연도가 1882년 10월 12일로 정밀하게 밝혀졌고, 목회자 직함인 'REV.(Reverend)'가 드러나 당시 이민사회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국립창원대박물관은 이번에 확인된 6인의 공적과 묘비 탁본 등을 오는 7월 말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확보된 정보는 국가보훈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박민원 총장은 "하와이 땅끝에 묻힌 선열들의 숨결을 오늘에 되살리는 일은 국립대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다"면서 "창원에서 하와이까지 이어지는 '기억의 항로'를 성실히 복원해 국립창원대가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연구의 허브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창원대는 2019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2026년 '하와이 이민자 발굴조사단'을 정식 발족할 계획이다.

조사단은 ▲하와이 전역 묘역 전수조사 ▲디지털 아카이빙 플랫폼 구축 ▲후손 추적·연결 ▲독립유공자 추가 포상 신청 등 종합적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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