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우호 세대교체 9개월만에…동아시안컵 20년 한 풀었다

기사등록 2025/07/16 21:44:42

대회 최종전서 대만에 2-0 승리…중국·일본 제치고 우승

지난해 10월 지휘봉 잡은 신상우 감독…신구조화로 값진 결실

2005년 초대 대회 이후 20년만에 동아시안컵 패권 탈환

[서울=뉴시스] 한국 여자 대표팀의 신상우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근수 기자 = '신상우호'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20년 만에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우승을 달성했다.

세대교체라는 과업을 수행하는 가운데에서 거둔 값진 결실이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대표팀은 16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2025 EAFF 동아시안컵 여자부 최종 3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최종전 결과 한국, 일본, 중국이 1승 2무로 '승점 5' 동률을 이뤘다.

동아시안컵은 승점이 같은 팀들을 ▲상대 전적 ▲골 득실 ▲다득점순으로 순위를 정한다.

한중일은 서로 맞붙은 경기에서 모두 비겨 상대 전적과 골 득실로는 순위가 갈리지 않았지만, 다득점에서 한국(3골)이 중국(2골)과 일본(1골)을 제치면서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수원=뉴시스] 김선웅 기자 = 16일 경기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대한민국 vs 대만 경기, 페널티킥으로 득점에 성공한 지소연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5.07.16. mangusta@newsis.com
신상우호는 2005년 첫 대회 이후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왕좌를 탈환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작년 10월 콜린 벨 감독 후임으로 신 감독을 선임하면서 새판을 짰다.

'FIFA 랭킹 21위' 한국은 세계적인 강호들과의 원정 경기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일본(7위·0-4 패), 스페인(2위·0-5 패), 캐나다(8위·1-5 패) 등에 3연패를 당했지만, 정상급 팀들과의 격차를 확인하는 기회였다.

올해 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친선 대회 '핑크레이디스컵'에 참가했다.

[서울=뉴시스]여자축구 지소연, 중국전 극장골.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세계 51위·3-0 승), 태국(세계 46위·4-0 승), 인도(세계 70위·3-0 승)에 3연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이후에는 호주(15위·0-1 패, 0-2 패), 콜롬비아(18위·0-1 패, 1-1 무)와 평가전을 치르며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신상우호는 출항 이후 첫 공식 대회인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목표했다.

한국은 2005년 우승 이후 2015년과 2019년 대회에서 거둔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 이번 대회엔 참가하지 않은 북한까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강호들을 상대로 늘 열세였다.

[화성=뉴시스]여자축구 한일전 정다빈 동점골.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회 개막에 앞서 신 감독은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우승이 목표"라며 "FIFA 랭킹은 중국과 일본이 높지만, 국내에서 하는 대회고 무더운 날씨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은 이번에도 열세로 평가됐지만, 우승 후보였던 중국과 일본에 연달아 무승부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지난 9일 중국과의 1차전에선 전반 46분 장슬기(경주한수원), 후반 49분 지소연(시애틀·미국)이 터뜨린 천금 같은 득점으로 2-2로 비겼다.

장슬기와 지소연은 각각 전후반 추가시간에 골망을 가르며 팀을 패배에서 구했다.

나흘 뒤인 13일 일본과의 2차전에선 후반 41분 정다빈(고려대)의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서울=뉴시스] 신상우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5년생 유망주 정다빈은 후반 26분 교체 투입된 뒤 15분 만에 동점골을 넣으며 신 감독 믿음에 부응했다.

그리고 이날 대만과의 3차전에서 지소연, 장슬기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신 감독은 부임한 지 약 9개월 만에 동아시안컵 트로피를 가져오며 20년 동안 이어졌던 우승의 한을 풀었다.

이번 우승이 값진 이유는 또 있다. 한국은 전력상 열세로 평가됐을 뿐만 아니라 주요 선수들까지 이탈한 상황이었다.

주장 이영주(경주한수원)와 최유리(버밍엄·잉글랜드)가 개막에 앞서 부상 이탈했고, 해외파 공격수 전유경(몰데·노르웨이)은 중국전 부상으로 소집 해제됐다.

[서울=뉴시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 감독은 케이시 페어(엔젤시티·미국)를 비롯한 어린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공백을 메웠다.

2차전 숙명의 한일전에서 종료 직전 집중력을 발휘해 동점골을 터뜨린 정다빈이 대표적이다.

김민지, 정민영(이상 서울시청), 현슬기(경주한수원), 문은주(화천KSPO), 김신지(AS로마·이탈리아) 등이 신 감독에게 기회를 받아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여기에 '한국 축구 전설' 지소연은 물론 이금민(브라이튼·잉글랜드), 장슬기(경주한수원), 김혜리(우한·중국) 등 베테랑이 어우러져 완벽한 신구 조화를 선보였다.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 조직적인 부분에서 더운 날씨에도 잘 준비했다. 그래서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는 신 감독의 자신감이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신상우호는 쾌조의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날갯짓을 이어갔다.

여자대표팀은 내년 3월 호주에서 열릴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을 목표로 담금질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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