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대한 불만 공개 표출…나토 회원국 무기 판매 확대 의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영상을 보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직접 통화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확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1일 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도시 공습 영상을 본 뒤, 메르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불과 2주 전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패트리엇 미사일 등 정밀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메르츠 총리는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패트리엇 미사일 2기를 미국에서 구매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방부의 공급 중단 결정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며칠 뒤 국방부는 무기 공급 중단 결정을 번복했다.
이틀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영상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츠 총리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2기가 아닌 5기의 패트리엇 미사일 판매를 제안했다. 이에 메르츠 총리는 즉각 동의했고, 자금 문제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조율할 계획이다.
안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도, 사적으로도 푸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며 "그는 이 잔혹한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고, 이를 위해 미국산 무기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50일 내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세컨더리(2차)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나토 재정으로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추가 지원하는 대규모 무기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이 푸틴 대통령이 협상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기 지원과 협상 압박을 지속적으로 요청한 끝에 이뤄졌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비공식 접촉 채널을 구축했고,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플로리다 골프 토너먼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달 5일 백악관을 방문한 뒤 거의 매주 트럼프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자 메시지로 "아빠(daddy·대디)"라는 애칭을 붙이며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이것은 우리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미사일 테러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하고, 모스크바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 측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중립적 태도를 버리고, 러시아를 명확한 침략자로 지목하며 무기 지원에 나선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이제는 모든 유럽 나토 회원국이 지갑을 열고 지원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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