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기업 대표에게 자녀들의 취업을 청탁한 공무원이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의 선처를 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동기)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부산의 한 구청 소속 공무원 A(50대)씨에게 징역 4개월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피고인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되는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A씨의 자녀 취업 청탁을 들어준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된 B(30대)씨는 형 면제를 선고받았다. 형 면제는 범죄가 성립해 형벌권은 발생했지만 특정 사유로 인해 형벌을 부과하지 않는 제도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부산 한 구청에서 기업 지원 업무를 맡았던 A씨는 2020년 9월 B씨에게 자녀 취업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자신의 배우자와 한 자녀가 별다른 직업이 없었고, 다른 자녀는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등의 어려움을 B씨에게 호소했었다.
B씨는 자신의 업체가 수행하는 정부 연구과제 사업의 수요기관이었던 구청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을 생각에 A씨의 부탁을 들어줬다.
B씨는 2018년 5월부터 부산 해운대구에서 IT기업을 운영했는데 정부의 연구용역을 수주해 매출을 올렸다. B씨는 이 과정에서 가짜 법인을 참여기관으로 등재하고 수십 명의 허위 연구 인력을 동원하는 수법으로 10건이 넘는 연구과제 사업을 따와 연구비 등 약 41억원을 부정으로 챙긴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이때 B씨는 A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을 연구 인력으로 삼을 이유가 없었지만 이들에게 연구 용역과 관련한 일자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의 양형에 대해서 "이 사건 A씨의 범행은 공무원이 수행하는 사무에 대한 공정성과 불가매수성,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이므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다만 A씨가 B씨에게 직접적인 편의를 제공했다거나 B씨로부터 직무와 관련된 명시적 청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A씨가 부정하게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에 대해서는 "이 사건 B씨의 범행은 앞서 확정받았던 사기죄 등과 동시에 재판을 받을 수 있었고, 동시에 재판을 받더라도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됐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B씨에 대한 형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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