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렸지만 매년 골치 '러브버그'…"관리할 법적근거 無"

기사등록 2025/07/11 05:00:00 최종수정 2025/07/11 06:40:24

기후변화로 곤충 대발생 현상 ↑…법제도는 '공백'

곤충 사체 대량 발생 시 악취 등 위생 문제도 우려

환경부, 제도 마련 착수…지자체와 협업 체계 확대

[서울=뉴시스] 4일 환경부 및 소속기관 직원들이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성체를 제거하기 위해 송풍기와 포충망을 활용하여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2025.07.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최근 3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의 기승이 반복되면서 대발생 곤충을 관리할 법제도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러브버그가 자연 소멸한 뒤에도 동양하루살이, 대벌레 미국선녀벌레, 깔다구 등의 대발생이 예고돼 있어 관리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환경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러브버그는 녹지 축을 따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22년 서울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에서 들끓던 러브버그는 지난해 서울 전역으로 퍼졌고 올해는 강남과 인천 계양산 일대에서까지 대거 발생했다.

러브버그 확산으로 주민 불편이 극심해지자 그간 러브버그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환경 당국은 직접 현장을 찾아 방제 작업에 나섰다. 환경부는 국립생물자원관, 계양구청 등과 함께 지난주 금요일부터 계양산 일대에서 송풍기, 살수장비, 광원 포집 장비 등을 동원해 방제 작업을 실시했다.

일단 환경 당국의 조치와 러브버그의 자연 소멸 시점 도래로 피해는 일부 완화됐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다른 곤충들의 대발생도 잠재된 상황이어서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는 러브버그 등 생활에 불편을 일으키는 곤충들의 대발생을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모기, 진드기 등 기후변화에 따라 감염병을 옮기는 종이나 일부 멸구류, 나방류, 노린재 등 농작물에 영향을 주는 종들은 각각 감염병예방법, 식물방역법 등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러브버그, 동양하루살이 등 일부 대발생 곤충들은 동·식물에 직접인 피해를 끼치지 않아 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러브버그의 경우 질병관리청의 '위생해충 분류군 정보집'에 포함돼 있지만, 공격성이 없고 감염병을 옮기지 않아 관리해야 할 해충으로는 규정되지 않고 있다.

대발생 곤충들이 이처럼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일상 속 불편이 이어지자, 환경 당국은 곤충 대발생 현상을 전문적으로 통제할 제도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경부는 대발생한 곤충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법 개정 등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제 막 제도 마련에 착수한 만큼 대발생 곤충들을 기존에 있던 법정관리종에 편입할지, 일상에서 불편을 야기하는 곤충들을 따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지 등 구체적인 방향성은 정해지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발생 곤충들을 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평가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4일 환경부 및 소속기관 직원들이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성체를 제거하기 위해 송풍기와 포충망을 활용하여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2025.07.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환경 당국은 곤충 대발생 현상 이후 곤충 사체들로 인해 생기는 2차적인 문제도 고려하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브버그 등 대발생한 곤충들의 사체가 대량으로 쌓이면 악취를 유발하고, 이를 섭취하려는 쥐나 파리 등이 꼬여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사체가 차량의 라디에이터 위에 쌓일 경우 엔진 과열을 유발할 수 있고, 약산성을 띄는 사체들 때문에 자동차 페인트가 부식될 수 있다.

김동건 삼육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러브버그들이) 낙엽을 분해하고 성충은 꽃가루를 옮긴다고 해서 익충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계양산에서 그랬듯 대발생하게 되면 사체들이 많이 누적된다"며 "그럴 경우 러브버그가 분해하는 것보다 러브버그들이 죽어서 쌓이는 유기물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곤충 대발생 현상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국회도 법 개정에 나섰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일명 '러브버그 방지법'이라 불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심리적 불쾌감이나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곤충이 대량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방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환경단체가 철회할 것을 촉구하면서 대발생 곤충 관리를 둘러싼 갈등도 격화되는 모습이다.

서울환경연합, 녹색당 동물권 위원회, 동물행진 등 6개 단체는 "지금 필요한 것은 당장 눈앞에서만 치워버리는 박멸이 아닌 곤충 대발생 원인에 대한 연구와 조사"라며 "국회는 책임을 갖고 러브버그 방제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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