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산 1조 넘고 4만8124개사 피해 입어
"기업 책임을 판매자가 대신 떠안는 구조"
온라인 플랫폼 관련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창업했는데 6개월 만에 티메프 사태를 겪었어요. 판매 대금만큼 빚이 생겼는데, 정부 지원은 또 다른 부채더라고요."
뜻이 맞는 사람들과 부푼 꿈을 안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박수민 에이치엠 대표는 자신의 처지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상처를 치유하기엔 턱없이 부족해보였다.
지난해 이커머스 생태계를 뒤흔들었던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10일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선 티메프 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을지로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 외에도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인·소비자 약 150명이 참석했다.
티메프 사태는 지난해 7월 22일 발생한 이커머스 플랫폼의 대규모 정산 대금 미지급 사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위메프로부터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는 약 5만명, 피해 기업은 총 4만8124개사다. 미정산 금액은 무려 1조2789억원에 달한다. 피해 업체 10곳 중 9곳은 피해액이 1000만원 이하인 영세 기업으로 나타났다.
사태 한 달 뒤 정부는 피해 판매사를 위한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중기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소상공인진흥공단·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2000억원을, 타 플랫폼 판로 개척 사업에 8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피해 회복을 하기엔 정부 지원책은 미봉책에 불과했다고 입을 모았다.
티몬 등으로부터 21억원을 정산받지 못했다는 강만 인앤아웃 대표는 정부 지원책을 두고 "플랫폼 기업이 져야 할 책임을 판매자가 대신 떠안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책자금 대출에 대해 "신용보증기금 5%, 중진공 2.5%, 시중 은행 7%, 사채 24% 금리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냐"며 "남은 건 이자 폭탄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 대표는 "온라인 판매자 평균 마진이 3%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 이자 부담과 신용 하락은 모두 판매자의 몫"이라며 "누구도 플랫폼에 재무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주정연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 소비자 대표는 정부 부처의 티메프 사태 관련 대책 36개의 이행률이 5.6%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진공의 경우 피해 기업 대출 한도를 최대 10억원까지 반영하겠다는 대책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게 주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소비자들은 전자금융법이나 소비자보호법이 있지만 판매자에 대한 법적 보호 조치가 전혀 없다"며 "영세 사업자도 많고 계약 구조상 플랫폼이 갑이라는 점을 고려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동 중기부 판로지원청책과장은 "재무 구조가 취약한 플랫폼사들은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 등에 수행사로 들어올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막아놨다"고 소개했다. 플랫폼 쪽으로 보조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두고는 "장관이 새로 오시니까 전반적으로 사업을 재검토 하고 앞으로 중기부가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최소한의 지원과 제도적 장치 마련에 국회와 정부가 한 몸, 한 팀으로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3일 티몬의 회생 계획안에 대해 강제 인가 결정을 내렸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자로 나서 181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변제율이 0.75%에 불과해 반쪽짜리 회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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