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냉난방공조에 진심…축구장 25개 넓이도 '냉난방'

기사등록 2025/07/08 15:03:19

'칠러 8대', LG연구단지 냉난방 책임진다

터보칠러 한대당 에어컨 400대 냉방능력

"엔비디아 협력 추진…CDU 사업 확대"

[서울=뉴시스]LG전자가 8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ES사업본부의 사업 전략방향과 AI 데이터센터향 HVAC 솔루션 등을 소개했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메인 기계실에 설치된 터보 칠러. (사진=LG전자 제공) 2025.07.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지하주차장 옆 기계실 철문이 열리자 빌딩 1개층 높이를 훌쩍 넘는 거대한 칠러(냉동기) 장치들이 큰 소리를 내며 가동되고 있었다. 칠러 장치 외부에는 냉수공급관과 냉수환수관이 나란히 연결돼 각 건물에 연신 차가운 물을 내보냈다.

칠러 장치 반대편에 위치한 철제 창고에서는 제빙한 얼음들을 보관 중이었다. 이들 칠러 장치들은 축구장 25개 크기 부지 위 26개 건물들의 냉난방을 책임지고 있다.

통합관제실에서는 장치를 한 눈에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각 건물들 온도와 전력 사용량을 분석해 자동 제어했다.

◆HVAC 핵심 '칠러', LG 연구단지 냉난방 책임
LG전자는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연구단지 내 냉난방공조(HVAC) 주력 제품들을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LG사이언스파크 W동 지하 3층 지하주차장 옆 메인 기계실에 들어서자 HVAC의 핵심인 칠러 장치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이 칠러들은 물을 차갑게 만드는 장치다. 칠러 안에서 물을 냉각한 뒤 물이 건물 내부를 순환하며 열교환기를 통해 건물에 시원한 공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 기계실 내 칠러 장치들은 LG사이언스파크 내 26개 연구동 냉난방을 책임지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의 심장과 두뇌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은 축구장 25개 크기인 약 17만㎡(약 5만3000평)에 달하며 전자, 화학, 바이오, 소프트웨어 등을 연구하는 LG의 종합 연구단지다.

기계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이 4m, 가로 6.8m, 세로 4.5m에 달하는 검은색 외관의 '흡수식 칠러' 3대다.

한 눈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큰 크기다. LG전자는 이 칠러에 대해 "범고래 크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칠러 장치 외부에는 냉수공급관과 냉수환수관이 나란히 연결돼 있다. 칠러에서 차갑게 만든 물을 각 건물로 보내고, 건물에서 뜨거워진 물을 다시 받아내는 것이다. 흡수식 칠러는 대형 건물의 냉방을 위해 사용된다.

흡수식 칠러 맞은편에는 '터보 칠러' 3대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고성능 터보 압축기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 장치도 중대형 빌딩, 상업·산업시설 등 대규모 공간에 적합하다. 칠러 1대당 18평형 스탠드에어컨 400대의 냉방 능력을 갖췄다.

기계실 한쪽 벽에는 철제 구조물로 만든 탱크가 있다. 이곳은 칠러에서 만든 얼음들을 보관하는 장소다.

기계실 내 8개의 칠러 장치에서 물과 얼음을 만들면 이를 통해 냉각된 공기는 건물 내 주요 공간으로 분배된다. 회의실, 실험실, 공용공간 등 다양한 공간에 맞춰 바람 세기를 자동 조절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다.

이들 장치들은 사이언스파크 통합관제실에서 관리된다.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 분석을 통해 건물 내 온도와 전력 사용량을 분석해 시스템을 자동 제어하고 있다. LG전자는 칠러와 관리 시스템을 고객사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HVAC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이 8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솔루션인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수 분배 장치)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LG전자 제공) 2025.07.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中 기술력 위협적…엔비디아에 CDU 공급 추진"
이재성 ES사업본부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HVAC 경쟁사들에 대해 "중국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은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동시에 품질과 기술 수준도 상향 평준화 됐다"고 말했다.

그는 "LG는 중국 기업을 뛰어넘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 중"이라며 "LG 뿐 아니라 국내 협력사들과 힘을 모아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배정현 전무는 "중국 기업들이 아직 약한 '현지 완결형' 사업 구조로 격차를 더 벌리겠다"고 강조했다. 현지 완결형 사업이란 전세계 각 지역의 환경에 맞춰 HVAC의 R&D, 생산, 유지보수 등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HVAC 제품의 판매와 유지보수를 연계한 구독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칠러는 가격이 비싸 고장 전에 미리 유지보수를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고객사와 계약할 때 미리 유지보수를 포함한 구독 형태로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유지보수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도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이 본부장은 또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냉각수 분배 장치(CDU)'에 대해 "현재 엔비디아 인증 절차를 협의 중"이라며 "글로벌 빅테크들이 R&D를 하고 있어 마이크로소프트(MS)를 포함한 빅테크들과 기술 협력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CDU는 칩을 집적 냉각하는 액체냉각 솔루션으로 LG전자는 이날 CDU를 최초 공개했다. LG전자는 올해 CDU 등 데이터센터향 냉각 솔루션 수주를 3배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시스]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8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VAC(냉난방공조) 사업 전략방향과 AI 데이터센터향 솔루션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2025.07.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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