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코인 마진거래?"…업비트·빗썸, 가상자산 빌려준다

기사등록 2025/07/08 11:04:44 최종수정 2025/07/08 11:24:24

업비트·빗썸 '코인 대여' 서비스 동시 출시

"하락장에서도 수익 내기 가능"…마케팅 성격

주식 시장은 전문투자자만 파생상품 거래 허용

"자격 갖춘 일부에게만 코인 마진 허용해야"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미국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 영향으로 사상 처음 11만 달러를 넘어선 22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5.05.2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이른바 '따서 갚는' 코인 마진거래가 국내에서도 가능해졌다. 업계 1·2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빗썸이 나란히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다. 업계에서는 청산 리스크가 있는 만큼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전문 투자자에게만 거래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업비트는 '코인빌리기'를, 빗썸은 '코인대여(렌딩플러스')를 동시에 출시했다. 업비트는 신규 서비스로, 빗썸은 기존 렌딩서비스에서 확대하는 형태로 도입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상 마진거래 구조와 동일하다. 이용자가 원화나 보유한 가상자산을 담보로 더 많은 규모의 가상자산을 빌려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빗썸은 최대 4배 레버리지를 지원한다.

주식시장에서만 볼 수 있던 공매도(숏포지션)도 할 수 있게 됐다. 빌린 가상자산을 매도한 뒤, 시세가 떨어졌을 때 되사서 갚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에선 비트코인만 대여…빗썸은 10종 가능

구조는 동일한 서비스지만 업비트보다 빗썸이 보다 공격적 투자를 지원한다.

업비트 코인빌리기는 담보로 원화만 받고 있다. 담보금 한도는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다. 담보금의 20~80% 수준까지 가상자산을 빌릴 수 있다. 이때 빌릴 수 있는 가상자산은 오직 '비트코인' 뿐이다.

상환 기간은 최대 30일로, 상환 완료 전 신규 빌리기는 불가하다. 중간 상환 및 추가 수량 조정은 가능하다.

렌딩 비율 92%에 도달하면 이른바 청산인 강제 상환된다. 이때 담보금을 추가 입금해 렌딩 비율을 낮추면 청산을 방어할 수 있다.

빗썸 렌딩플러스는 원화 외에 100여 종의 가상자산을 담보로 받고 있다. 이때 레버리지는 최대 4배까지 가능하다. 내가 보유한 자산의 4배 이상까지 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멤버십 등급별로 최대 5억원(블랙)까지도 빌릴 수 있다.

비트코인만 빌릴 수 있는 업비트와 다르게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솔라나, 도지코인 등 10종의 가상자산을 대여해준다. 대여 기간은 업비트와 동일하게 30일이며 중도 상환이 인정된다.

상환 레벨이 1.07에 달하면 자동 상환된다. 이 과정에서 위험관리 수수료 1%가 추가된다.

◆"현물 기반 대여, 불법 아냐"…규제 회색지대 활용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비트코인 상승에 힘입어 이더리움도 상승세를 보이는 23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이더리움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2천664달러를 나타내며 지난 8일 1천800달러대에서 2주 만에 50% 가까이 급등했다. 2025.05.23. jini@newsis.com

구조상 마진거래지만, 자본시장법 적용은 받지 않는다. 자본시장법이 명시한 파생상품 거래 항목에 현물 기반 가상자산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 규제를 받지 않는 '회색지대'라는 점을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은 "업비트와 빗썸이 출시한 코인 대여 서비스는 사실상 공매도와 마진거래를 가능하게 해 주는 서비스"라며 "업비트와 빗썸도 관련 법규 등을 세밀하게 검토해 서비스를 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런 서비스들이 불법의 영역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이용자를 더 이상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1위 바이낸스를 비롯해 바이비트, 오케이엑스 등 글로벌 대형 거래소들은 이미 선물·마진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A씨는 "그간 국내 거래소 사이에서는 마진거래 등 파생상품이 발달된 해외 거래소로 거래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불만이 컸다"며 "이를 국부 유출로 해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부 유출을 막는 차원에서는 국내 거래소의 코인 대여 서비스가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로 빠져나가는 마진거래 수요를 국내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투자자 등 일부에게만 코인 마진 허용해야"

일각에서는 코인 대여 서비스를 전문투자자 자격을 갖춘 일부 투자자에게만 허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마진거래 허용 여부보다 허용 문턱을 어디까지 설정하느냐가 정책적으로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는 선물·옵션, 공매도 등 고위험 파생상품을 거래하려면 반드시 전문투자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하거나 일정 수준의 자산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이는 투자자의 리스크 감내 능력을 사전에 검증하고 청산 등 피해 발생 시 책임 구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김 센터장은 "해외 사례 등을 볼 때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가 허용되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소홀히 할 수는 없으니, 전문투자자에게 거래를 허용하거나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개인투자자에게 거래를 허용하는 등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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