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이노션의 20년 신뢰…'밤낚시'가 광고 바꿨다[인터뷰]

기사등록 2025/07/08 15:21:35 최종수정 2025/07/08 16:03:35

김주미 현대차 상무 등 밤낚시 기획 참여자 인터뷰

"현대차·이노션 20년 신뢰가 밤낚시 성과로 이어져"

"신뢰 통해 기획 단계부터 원 팀으로 움직여 협업"

"밤낮없이 커뮤니케이션 거쳐 확고한 공감대 형성"

"위기마다 새로운 시도 꾀한 현대차그룹 DNA 담겨"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현대차 김주미 브랜드경험1사업부 상무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사옥에서 단편 영화 '밤낚시' 관련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07.07.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현대차와 이노션이 공동 기획한 단편 영화 '밤낚시'가 칸 국제 광고제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거머쥐며 전 세계 광고계에서 또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기존 광고 문법을 따르지 않은 '파격'과 실제 영화관에서 유료 상영한 '작품성'으로 국내외 광고제를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밤낚시의 이 같은 혁신 원동력이 무엇인지 듣기 위해 밤낚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현대차와 이노션 관계자들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났다.

지난 4일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김주미 현대차 브랜드경험1사업부 상무, 신새미 현대차 아태권역본부 책임(화상 연결), 장계은 이노션 글로벌비즈니스본부1그룹 그룹장, 김보경 이노션 글로벌비즈니스지원팀 팀장을 인터뷰했다.

밤낚시는 전기차 충전소를 배경으로 미스터리한 사건과 반전 스토리를 담은 단편 영화다. 문병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손석구가 출연했다. 손석구 배우는 공동 제작(스태넘·마켄필름아시아 공동 제작)도 맡았다

밤낚시는 자동차 광고로는 이례적으로 실제 영화관에서 상영했다. 13분의 짧은 러닝 타임과 1000원이란 부담없는 가격을 앞세워, 전국 관객 4만6000명이 보고 갔다. 이 덕에 밤낚시가 '스낵 무비'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는 호평까지 이어졌다.

이 혁신은 굵직한 국제 광고제에서 상을 휩쓰는 이변도 연출했다.

특히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 광고제 '칸 라이언즈 2025'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올 상반기에만 수상 실적이 13회에 달한다. 밤낚시 특유의 창의성과 실험성을 인정 받은 결과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노션 장계은 글로벌비즈니스본부1그룹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사옥에서 단편 영화 '밤낚시' 관련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07.07. yesphoto@newsis.com
◆밤낚시 뿌리는 현대차-이노션의 '20년 신뢰'
현대차와 이노션이 이처럼 파격적인 실험으로 밤낚시를 통한 자동차 광고에 성공한 배경에는 양사가 20년간 쌓은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 김주미 상무는 "현대차와 이노션은 20년간 축적한 신뢰를 바탕으로 밤낚시 이전에도 '새로운 것을 한번 시도해 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현대차와 이노션을 구분 짓지 않고, 기획 단계부터 원팀으로 일하며 새로운 실험에 의기투합한 것이 밤낚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노션 장계은 그룹장은 그러나 밤낚시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밤낚시는 2년 넘게 인큐베이팅을 거쳐 비로소 탄생했다"며 "현대차와 이노션 사이에 서로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고 했다.

현대차와 이노션이 단순히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 관계를 뛰어 넘어 '파트너'로 함께 협업했던 시간들이 밤낚시 성공의 제1비결인 셈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현대차 김주미(왼쪽부터) 브랜드경험1사업부 상무, 이노션 장계은 글로벌비즈니스본부1그룹장, 김보경 글로벌비즈니스지원팀장, 현대차 신새미(화상연결) 아태권역본부 책임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사옥에서 단편 영화 '밤낚시' 관련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07.07. yesphoto@newsis.com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밤낚시 제작
양사의 탄탄한 신뢰는 곧 끊임없는 소통을 가능케 했다. 이 소통이야말로 밤낚시의 완성도를 높인 또 다른 비결이다.

김주미 상무는 "새벽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시로 구성원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며 "때로는 오버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를 정도의 소통을 하지 못했다면 밤낚시의 공감대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화상 인터뷰에 참여한 신새미 책임은 "밤낚시가 탄생하기까지 별의별 아이디어가 다 나왔다"며 "기존 영화에 끼워서 상영하자거나 충전소 QR 코드로 밤낚시를 보게 하자는 아이디어까지 있었다"고 했다.

김보경 팀장도 "워낙 오랜 파트너십이 있다보니 실시간으로 허물없이 소통하며 더 다양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며 "이 소통이 밤낚시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했다.

김주미 상무는 "'말을 너무 많이 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통해야 비로소 전체적인 공감대가 생긴다"며 "이 공감대가 생긴 다음부터는 같은 방향을 보며 가면 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현대차 신새미 아태권역본부 책임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사옥에서 단편 영화 '밤낚시' 관련 화상으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07.07. yesphoto@newsis.com
◆현대차그룹의 성공 DNA로 '한계' 넘다
그렇다고 양사의 의기투합만으로 밤낚시 제작 과정이 순탄히 흐른 것은 아니다. 밤낚시 탄생 과정은 '제약과 잉여'를 뛰어넘는 험로 자체였다.

김주미 상무는 "밤낚시는 제약이 많았던 프로젝트로 프로젝트 기간만 2년6개월에 달해 잉여의 시간도 많았다"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제약과 잉여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과정에서 크리에티브한(창의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어려움을 하나씩 극복할수록 밤낚시 장면들은 더 인상적인 결과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선순환은 현대차그룹 특유의 성공 DNA와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위기 때마다 오히려 새로운 시도에 적극 나서는 DNA가 있느데, 이 DNA가 밤낚시에도 그대로 녹아있다는 것이다.

김주미 상무는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지만 그래도 늘 새로운 것을 찾는 게 의무라고 강조한다"며 "새로운 시도야말로 현대차그룹의 DNA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하지 않는 게 직무유기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성공 DNA가 밤낚시를 만든 만큼, 향후 '또 다른 밤낚시'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들린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노션 김보경 글로벌비즈니스지원팀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사옥에서 단편 영화 '밤낚시' 관련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07.07. yesphoto@newsis.com

◆현대차 밤낚시, 브랜드 마케팅 방식 바꿀까?
현대차는 최근 SAMG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10분 분량의 '캐치! 티니핑' 영상을 제작했다. 이 영상은 티니핑 캐릭터들이 현대차를 타고 레이싱 대회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13억회에 달하는 누적 조회수로 어린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티니핑을 활용해, 더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연출했다.

현대차의 이런 시도는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 마케팅에도 적잖은 파장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현대차 밤낚시 이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단편 영화 방식의 광고를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이노션도 밤낚시 성공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제작 의뢰를 받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n8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