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항암제 내성 잡는다…난치성 대사질환 활용 주목

기사등록 2025/07/07 13:27:51

김현욱·김유식 교수팀, 내성 유방암 약물 반응성 향상 방법론 개발

내성 암새포 다시 반응토록 하는 약물표적 방법론…국제학술지 게재

유방암, 당뇨병 등 난치성 대사 질환에 적용 기대

[대전=뉴시스] 약물 민감화 유전자 표적을 예측하는 대사 네트워크 모델 기반의 방법론 모식도.(사진=카이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국내연구진이 항암제 내성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내성 암세포를 다시 약물에 반응토록 하는 핵심 유전자를 자동으로 예측하는 컴퓨터 기반 방법론으로 다양한 암 치료뿐 아니라 당뇨병 등 난치성 대사질환에도 활용될 수 있어 주목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은 생명화학공학과 김현욱 교수와 김유식 교수팀이 인체대사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대사 네트워크 모델을 활용해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유방암 세포를 다시 약물에 민감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약물표적을 예측하는 컴퓨터 기반 방법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진은 암세포의 대사변형이 약물 내성형성에 관여하는 주요 특징으로 주목하고 항암제 내성 유방암 세포의 대사를 조절해 약물 반응성을 높이는 유전자 표적 예측 대사 네트워크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먼저 암치료 약제인 독소루비신(doxorubicin)과 파클리탁셀(paclitaxel)에 각각 내성을 지닌 MCF7 유방암 세포주에서 얻은 단백체 데이터를 통합해 세포별 대사 네트워크 모델을 구축했다.

이어 모든 대사 유전자에 대해 특정 유전자를 가상으로 제거한 상태에서 생물학적 네트워크 변화를 계산적으로 예측하는 방법인 '유전자 낙아웃(결실)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특정 유전자의 단백질을 억제하면 항암제에 잘 듣지 않던 내성 암세포가 다시 항암제에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이를 통해 독소루비신 내성 세포에서는 GOT1 유전자를, 파클리탁셀 내성 세포에서는 GPI 유전자를 선별했으며 두 약물 공통으로는 SLC1A5 유전자를 표적으로 선별했다.

[대전=뉴시스] 항암제 내성 암세포를 다시 약물에 반응하게 만들 수 있는 핵심 유전자 예측 컴퓨터 기반 방법론을 개발한 연구진들.(왼쪽부터)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김현욱 교수, 정해덕·임진아 박사과정, 김유식 교수.(사진=카이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예측해 선별한 유전자를 실제로 억제해 본 결과, 내성 암세포가 항암제에 다시 반응하게 됨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항암제에 내성을 갖는 다른 종류의 유방암 세포에서도 같은 유전자를 억제했을 때 항암제에 다시 민감해지는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김유식 교수는 "세포대사는 감염병,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에 개발된 대사 조절 스위치 예측기술은 약물 내성 유방암 치료를 넘어 치료제가 없는 다양한 대사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임진아 박사과정생과 정해덕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물리·공학·사회과학 등 다학제 국제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지난달 25일 게재됐다.

연구를 총괄한 김현욱 교수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최소한의 실험 데이터만으로 내성 암세포를 다시 약물에 반응하게 만들 수 있는 핵심 유전자를 정밀하게 예측했다는데 있다"며 "이 방법론은 다양한 암종과 대사 관련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표적 발굴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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