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의 검은손…자신도 모르게 공범, 범죄자 딱지

기사등록 2025/07/04 17:09:09 최종수정 2025/07/04 18:16:24

수법 다양화…사회초년생·발달장애인 징역형 집유


[남양주=뉴시스]이호진 기자 =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사회초년생과 발달장애인까지 자신도 모르게 범죄의 공범이 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합의1부는 지난 3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된 A(21·여)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올려둔 이력서를 보고 연락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계좌를 피해금이 든 계좌의 자동충전 계좌로 등록한 뒤 범죄수익금 7억2990만원을 송금받아 조직 계좌로 재이체해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구직활동 중이었던 A씨에게 "구직사이트에서 보고 연락했다"며 유명 유통업체인 ◯◯◯의 상호와 채용 의사가 적힌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이를 보고 연락한 A씨에게 일당 16만원짜리 계좌 이체 업무를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안을 수락해 자금 이체 업무를 진행하던 A씨는 자신의 계좌가 이상거래 감지로 잠기자 유통업체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다시 연락을 취해오자 "요즘 이체 알바(아르바이트)인 척 범죄에 연루시키는 일이 잦아서 조심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제 나눈 대화는 왜 삭제하셨나요?" "◯◯◯ 직원이세요?"라고 묻는 등 실제로 자신의 업무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세탁임을 인식하지 못했던 점이 확인돼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일을 그만둔 뒤 자신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세탁에 이용된 사실을 알게 된 A씨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보이다 생 마감을 시도해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씨의 선고공판에 이어 같은 재판부에서 열린 B(21·여)씨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사건 선고공판도 비슷한 사례였다.

B씨는 지난해 10월10일부터 17일까지 보이스피싱 조직 수거책 역할을 하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4차례에 걸쳐 모두 7540만원을 가로채 조직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A씨와 달리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으로 일하며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 가까워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었지만 그가 정신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점이 양형에 고려됐다.

재판부는 "B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B씨에게 별다른 사회경험이 없는 점과 범행 후 받은 검사에서 IQ 61의 경도 정신지연 진단을 받은 점,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실질적 이득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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