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확대, 소송 남발 우려"
"3%룰, 투기자본 이사회 장악할 수도"
전자·현장 주총 병행 의무화 등도 걱정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등 조속 논의"
경제계는 그동안 지적해 왔던 이사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선출시 주주 합산 의결권 3% 제한 등의 내용이 그대로 통과된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경제 8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입장문에는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이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여건 조성이라는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고, 3%룰 강화로 투기세력 등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 소송 남발 우려
경제계가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의 주요 항목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 ▲전자 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선임·해임시 의결권 제한 강화 ▲독립이사(사외이사) 비중 확대 등이다.
이사 충실의무는 현행 '회사'에서 이제 '회사 및 주주'로 대상이 확대된다.
재계는 경영 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판단하는 주주들이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이나 배임죄 고발 등 소송을 남발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 국내 소액주주의 주주가치 실현보다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사가 다양한 주주들의 이익을 모두 확인하고 합치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신속한 투자 결정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많다.
◆3%룰, 투기자본 이사회 장악 우려
상법 개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감사위원 선임·해임시 최대주주의 경우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3%까지만 의결권을 허용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기존에는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에 한해 합산 3%를 적용했는데 이를 모든 감사위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재계는 대주주가 의결권 3% 제한을 받는 반면 투기 자본은 일명 '지분 쪼개기'를 통해 모든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져 이사회를 투기 자본이나 헤지펀드 세력이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적대적 인수합병(M&A)나 경영권 공격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기업 성장에 필요한 R&D·시설투자 자금이 경영권 방어에 사용될 수도 있다.
감사위원은 이사로서 중요 사항에 대한 결정 권한과 기업 감사 권한까지 갖고 있어 경쟁 기업이나 해외 투기 자본이 지지하는 감사위원이 선임될 경우 해당 기업의 주요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전자주총·현장주총' 병행 의무화도 걱정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전자주주 총회과 현장주주 총회를 의무적으로 병행 개최해야 하는 것도 기업별 준비 상황이나 주주 선호를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전자투표 플랫폼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킹이나 시스템 오류로 전자투표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각종 소송에 휘말려 기업의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힘들 수 있다.
상장사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2조원 미만 회사의 경우 수를 전체 이사 4분의 1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 경영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도 상법상 사외이사 자격요건 및 결격 사유는 엄격한 편이어서 사외이사 인력풀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제 8단체는 "국회에서 경제계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필요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경영 판단원칙 명문화, 배임죄 개선,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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