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온 것 같아요" 빙상장서 찜통더위 이겨낸다

기사등록 2025/07/03 14:23:03 최종수정 2025/07/03 17:24:24

광주·전남 일주일째 폭염…실내빙상장 피서

가족·학생·연인, 스케이팅 즐기며 더위 잊어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일주일째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3일 오후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실내빙상장에서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2025.07.03. lhh@newsis.com
[광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엉덩방아요? 하나도 안 아파요!"

광주·전남에 일주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3일 오전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실내빙상장.

빙상장은 때 이른 폭염을 잠시나마 피하려는 학생들과 연인,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저마다 안전모를 쓴 시민들은 불볕더위를 금세 잊은 채 얼음 위를 신나게 누볐다.

스케이트화가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은 안전대를 붙잡고 총총걸음을 딛거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능숙한 솜씨를 뽐내듯 빙상장 한 바퀴를 빠르게 누비는 시민들도 보였다.

빙판 중앙에서는 실내와 빙판 표면 사이 온도 차에 따른 흰 김도 이따금 피어올랐다.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일주일째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3일 오후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실내빙상장에서 한 아이가 아빠의 부축을 받으며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2025.07.03. lhh@newsis.com
전교생이 20여 명 되는 전남 한 초등학교에서도 체험학슴을 나와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마음껏 빙판 위를 누비며 더위를 식혔다.

한참을 정신없이 놀던 아이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제 춥다'며 몸을 덜덜 떨다가도, 곧장 언제 그랬냐는 듯 빙상장으로 들어가 스케이트를 즐겼다.

몇 걸음 못 가 엉덩방아를 찍는 아이들은 씩씩하게 벌떡 일어나 앞으로 전진했다. 정수리부터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노는 아이들 표정에는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학생들과 함께 달리던 선생님들도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가 된 듯 빙상장을 쉼 없이 돌았다.

권모(13)군은 "처음 들어왔을 때 겨울왕국 같았다. 엉덩방아를 많이 찧었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다. 너무 즐겁다"고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채모(10)군은 "긴장도 되고 많이 떨렸지만 적응이 되다 보니 너무 재밌다. 여름이 지나고 겨울에도 오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일주일째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3일 오후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실내빙상장에서 연인이 손을 맞잡고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2025.07.03. lhh@newsis.com
이른 여름 휴가로 광주를 찾은 가족부터 '스케이팅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도 눈에 띄었다.

40대 여성 박모씨는 "남편 휴가에 맞춰 아이들도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고향인 광주를 찾았다.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한 대학생 커플은 "연일 계속되는 더위에 이색 실내 데이트를 고민하다 빙상장을 방문했다. 둘 다 10여 년 만에 스케이트를 탄다. 손 잡고 함께 달리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지난달 27일부터 무더위·열대야가 이어지면서 광주·전남은 이날까지 일주일 째 폭염특보가 유지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lh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