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 '법적 공방' 가열…대법원까지 간다

기사등록 2025/06/27 14:09:40 최종수정 2025/06/27 15:16:24

영풍, 고려아연 신주 발행 무효 소송 승소

법원 "정관 위배해 신주 발행 무효" 판결

"법적으로 무효" vs "항소 나설 것" 팽팽

소송전서 항소 이어지며 분쟁 장기화 양상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강성두 영풍 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제51기 고려아연 주주총회 도중 밖으로 잠시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 2025.03.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법적 공방을 계속 이어간다.

정기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에선 고려아연이, 신주 발행 무효 소송에선 영풍이 각각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며 향후 치열한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양측 모두 항소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경영권 분쟁도 장기화 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27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발행 무효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영풍)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HMG글로벌에 대한 신주 발행은 정관을 중대하게 위반해 기존 주주의 신주 인수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2023년 9월 5000억원의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2023년 9월 현대차그룹 해외 계열사 HMG글로벌에 5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한 것이 문제라며 소송을 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신주 발행이란 논리다.

반면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소재 등 미래 사업에 협력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했다며 반박했다.

◆재판부, 영풍 손 들어준 배경은?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HMG글로벌에 신주를 발행한 것은 정관을 위배한다고 봤다.

고려아연이 정관에서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우에만 제3자 배정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자 배정 대상을 '외국의 합작법인'으로 한정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외국의 합작법인 아닌 HMG글로벌에 신주를 발행한 것은 정관 위반이며 무효라는 취지다.

다만 재판부는 영풍 측 손을 들어주면서도, 동시에 신주 발행이 경영권 방어 목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주 발행은 피고(고려아연)의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것이 인정된다"며 "피고가 오로지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신주 발행을 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영풍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도 고려아연이 주장한 경영상 필요에 의한 신주 발행이라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박기덕 사장과 참석하고 있다. 2024.10.02. bluesoda@newsis.com
◆법적 다툼, 대법원까지 간다
고려아연은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고등법원에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항소심에서 외국의 합작법인과 관련된 당사 정관의 제정 취지와 의미를 더욱 상세히 소명하고, 그 적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대법원까지 가는 법적 다툼을 불사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 조짐이다.

앞서 영풍은 지난 24일 서울고등법원이 고려아연 정기 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기각 결정을 내리자 재항고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정기 주총 당시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영풍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영풍은 재항고는 물론 본안 소송을 제기하며 반전을 노릴 방침이다.

고려아연과 영풍 모두 대법원까지 가서라도 승소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양측 모두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소송과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더 첨예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고려아연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당장 이번 판결로 양측 지분율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단 1심 판결이 확정되면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는 HMG글로벌의 지분 5%는 사라진다. 이 경우 영풍 측 41%, 최윤범 회장 측 30% 수준의 지분율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고려아연은 HMG글로벌의 지분이 없어도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 최 회장 측은 올해 치른 1, 3월 주총에서 HMG글로벌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음에도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결국 영풍이 재항고에 나선 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과 본안 소송 결과가 경영권 분쟁의 주요 분수령일 것이란 진단이다. 이 판결이 영풍의 고려아연 25%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 때문이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고, 이를 통해 경영권을 지킨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n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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