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그룹 '0원 승계' 주목…"강호찬 부회장, 속으로 웃는다"

기사등록 2025/06/26 14:50:00 최종수정 2025/06/26 17:13:12

자본준비금 전입해 총수 일가에 비과세 배당

강병중 회장-강호찬 부회장, 수백억원 확보

㈜넥센은 넥센타이어 지분 계속 매입

넥센타이어 상장폐지하면 상속세 크게 줄어

강호찬 부회장 위한 '0원 승계' 해석 나와

[서울=뉴시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사진=넥센 홈페이지 갈무리) 2025.06.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넥센그룹 지주회사인 ㈜넥센이 자본준비금을 활용한 비과세 배당과 넥센타이어 지분 매입을 잇따라 단행하며, 오너인 강호찬 부회장을 위한 '0원 승계' 시나리오를 재가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강병중 회장-깅호찬 부회장' 총수 일가가 세금 없이 대규모 배당금을 확보하자, ㈜넥센은 넥센타이어 지분율을 정교하게 끌어올리며, 상장 폐지를 통한 강호찬 부회장 승계에 시동을 걸었다.

◆비과세 배당 후 상장폐지…세금 크게 줄어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넥센그룹 지주사 ㈜넥센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준비금 10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했다. 이 자금은 주주 현금배당 재원으로 쓰인다.

자본준비금 전환 배당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비과세 배당'이다. 이에  ㈜넥센 최대 주주인 강호찬 부회장과 강병중 회장은 5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세금 한푼 내지 않고 받을 수 있다.

 ㈜넥센은 지난해 결산 배당 직후인 지난달 초, 넥센타이어 주식 184만8428주를 이달 중에 장내에서 매입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5410원, 총 매입금액은 100억원 규모다.

실제  ㈜넥센은 이달 들어 넥센타이어 지분을 계속 사들였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거래일 동안에만 28만7000주를 매입하며, 지분율을 45.38%에서 45.68%로 0.30%포인트 올렸다.

 ㈜넥센은 넥센타이어 지분을 이처럼 늘리는 표면적 이유를 안정적 경영권 확보 및 수익구조 제고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넥센과 총수 일가의 넥센타이어 지분율은 70%에 육박해 경영권은 이미 안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넥센의 넥센타이어 지분 매입을 향후 완전 자회사로 만든 뒤 상장 폐지를 해서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는 수순이라고 본다.

[서울=뉴시스] 경남 창녕에 있는 넥센타이어 창녕공장 전공. (사진=넥센타이어 제공) 2025.06.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0원 승계' 지적…12년전에도 같은 방법 활용
 ㈜넥센이 넥센타이어를 완전자회사(지분율 95% 이상)로 만들려면 약 27%포인트 이상의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이번에 오너 일가에게 배정된 1000억원 배당금을 전량 지분 매입에 투입하면, 최대 9%포인트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여기에 앞으로 오너 일가에 계속될 배당 재원을 활용하면 넥센타이어를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것은 시간 문제다.

 ㈜넥센이 넥센타이어를 이렇게 완전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 폐지 할 경우,  ㈜넥센의 지분 평가액은 크게 낮아져 강호찬 부회장은 상속세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실제 강병중 회장이 보유한 넥센타이어 지분 19.45%의 현재 가치는 1200억원 수준으로, 일반 증여 또는 상속 시 이중 600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상장 폐지로  ㈜넥센의 지분 평가액이 크게 낮아지면 관련 세금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넥센은 2013년에도 이 같은 '0원 증여세' 전략을 통해 강호찬 부회장을 최대주주로 만든 바 있다. 당시 넥센타이어 지분을  ㈜넥센 신주와 맞교환해 증여세 부담 없이 지배력을 승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강호찬 부회장의  ㈜넥센 지분은 12.62%에서 50.51%(현재 48.49%)로 커졌고, 넥센타이어 지분은 10.78%에서 2.56%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비과세 배당으로 오너에게 현금을 확보하게 한 뒤 지주사가 지분을 늘리는 수순이 꽤 정교하다"며 "자본 전환과 주식 매입이 맞물려 이어진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와 상속세 절감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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