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법 위반 혐의 2심서 유죄로 뒤집혀
25일 수원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박신영 김행순 이종록)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의 항소심에서 이같이 선고하고 1억36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이는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이다.
또 같이 재판에 넘겨진 정씨의 아들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인정된 정씨 부자의 공소사실 일부를 유죄로 뒤집어 원심판결을 파기했으나, 형량은 모두 원심과 동일했다.
유죄로 뒤집힌 부분은 정씨 부자의 감정평가사법 위반 혐의다. 1심은 업계 관행 등을 이유로 이를 무죄로 봤으나, 2심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정 평가 시 희망가를 제시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정씨는 고가의 감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아들에게 희망가를 제시했고, 이에 부합하는 타당성이 결여된 고액의 감정평가를 받았다"며 "이는 범에서 금지하는 행위이며, 고의로 업무를 잘못한 행위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씨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으로 500명이 넘는 피해자가 760억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이러한 전세사기 범행은 생활의 안정을 뒤흔드는 범행"이라며 "대부분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피고인은 게임 아이템비를 위해 아주 많은 돈을 허비하고, 사업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22년 하반기부터 법인카드로 거액을 쓰는 등 재산 은닉 시도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들 정씨에 대해서는 "30명에게 40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혔고, 아버지의 부탁에 따라 감정평가사의 윤리를 내버리고 건물에 대해 고액 감정을 해서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며 "다만, 일부 피해가 회복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날 법정에는 정씨 일가족 사기 피해자 일부가 찾아와 선고 재판을 지켜봤다. 한 남성은 선고 직후 "평생 감옥에서 썩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정씨 일가족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원시 일대에서 일가족 및 법인 명의를 이용해 무자본 갭투자로 약 800호의 주택을 취득한 뒤 반환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 51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760억여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들은 임대업체 사장과 재계약을 담당하는 부사장, 감정평가사 등 각각 역할을 맡아 범행에 가담했다.
정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다수의 건물을 사들이기 위한 법인 17개를 설립하면서 자본금 납입을 가장했다. 대출금 700억원이 넘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구체적인 자금 관리 계획 없이 '돌려막기'로 임대를 계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아들 정씨가 실제 가치보다 부풀린 가액으로 감정하는 '업(Up) 감정'을 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고 감정평가사법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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