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7년간 수감·재판 끝에 처형

기사등록 2025/06/16 15:35:19

사우디 최고법원 테러·반역 혐의 적용

알 자세르 수감·재판 과정 비공개 논란

[이스탄불=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가 7년간 수감됐던 저명한 반체제 언론인인 40대 후반의 투르키 알 자세르를 처형했다고 16일(현지 시간) AP통신, A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사진은 2020년 10월2일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에 위치한 사우디 영사관 부근에서 사망 2주년을 맞아 숨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포스터를 시민들이 들고 있는 모습. 2025.06.16.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7년간 수감됐던 저명한 반체제 언론인을 처형했다.

15일(현지 시간) AP통신,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에 처형된 사우디 언론인은 40대 후반의 투르키 알 자세르로 사형은 지난 14일 집행됐다.

그는 사우디 최고법원으로부터 테러와 반역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활동가 단체들은 알 자세르에 적용된 혐의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알 자세르는 2018년 자택을 급습한 당국에 체포됐다. 당국은 그의 자택에서 컴퓨터와 휴대폰을 압수했다.

그러나 알 자세르가 어디에서 어떤 재판을 받았는지, 판결이 얼마 만에 이뤄졌는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사형제 반대 단체인 리프리브는 "알 자세르 처형은 사우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향한 비판이나 의문 제기가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인 보호 위원회(CPJ)'는 알 자세르가 엑스(X·옛 트위터)에 사우디 왕족의 부패를 고발하는 익명의 계정을 운영했고, 무장 단체와 관련해 논란이 될 말한 글들을 게시했다며 사우디 당국이 이런 부분을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PJ는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것이 사우디 내 언론인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는 2018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미 정보당국은 이 사건의 배후로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했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의 언론인 탄압과 반인권적인 사형제 운영 실태가 재조명받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인권 단체에 따르면 2024년 사우디의 사형 집행 건수는 330건으로 참수나 집단 처형같은 방식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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