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인근에서 새벽 중 노숙인 살해한 혐의
2심, 조현병에 의한 범행 참작해 감형 판결해
1심 "계획적"…2심 "망상도 가중처벌해야 하나"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조현병에 의한 심신미약이 인정돼 감형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12일 오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3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당초 징역 20년을 선고했던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3년으로 감형했다.
다만 1심에서 A씨에게 선고된 10년 간의 치료감호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조현병을 앓고 있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이를 임의적 감경사유로 판단해 형량을 높였으나 의견을 달리한 것이다.
2심은 "피고인에 대해 치료감호가 필요할 정도의 심신 상태임에도 형량을 감경하지 않은 원심의 조치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본 법정(재판부)은 치료기록 등을 고려할 때 동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형기준이 임의로 바뀐 것은 감경을 받기 위해 심신미약을 악용 수단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피고인은 조현병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을 나름대로 선택했고 노력을 지속했다"며 "치료 부족으로 책임 감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다고 본 1심 판단도 바뀌었다.
2심은 "검사는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임을 주장하고 외관상 그렇게 보이지만 이 법원이 보기에는 피고인의 망상과 일치한다"며 "망상이 계획적이란 이유로 가중처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 법원은 회의적"이라고 판시했다.
A씨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숙인을 죽여야 한다는 환각에 사로잡혀 지난해 6월 새벽 서울역 인근에서 60대 노숙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범행 당일 오전 경찰서에 자수했다고 한다. 다만 피해자가 먼저 달려들어 살해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과 법의학 감정 및 휴대폰 포렌식 등에 대해 수사한 결과, A씨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해 6월4일 미리 인터넷으로 범행 장소를 검색한 후 답사하고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사전에 흉기를 준비해 현장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자마자 살해한 정황도 조사됐다.
검찰은 A씨에게 1·2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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