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꽁무니 뺀다"…'TACO 트레이드' 유효기간은?

기사등록 2025/05/29 16:17:40 최종수정 2025/05/29 17:00:24

'겁주기→물러서기→반등'…투자자들 '타코 트레이드' 전략으로 대응

관세 부담에 정책 불안 여전…"트럼프 발언보다 경제 체력이 좌우"

[워싱턴=AP/뉴시스] 28일(현지 시간) CNN, 마켓워치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한 기자가 "타코 트레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내가 물러선다고?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며 "중국산 수입품에 매긴 145%의 관세를 30%로 낮춘 걸 두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5.29.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타코(TACO) 트레이드? 내가 물러선 거라고? 불쾌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오락가락해 불확실하지만, 그의 정책에 대응하는 시장의 전략은 오히려 명확해지고 있다.

트럼프가 아무리 강력한 위협을 날리더라도 결국엔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높고, 그 후엔 주가가 반등하기 마련이라는 것. 새로운 투자 전략 일명 '타코(TACO) 트레이드'가 시장에서 하나의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타코 트레이드는 '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의 약자로,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겁먹고 매도 버튼을 누르지 말자는 의미다. 트럼프가 위협을 하지만, 오히려 항상 겁먹고 꽁무니를 뺀다는 뉘앙스도 담겨 있다.

28일(현지 시간) CNN, 마켓워치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한 기자가 "타코 트레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내가 물러선다고?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며 "중국산 수입품에 매긴 145%의 관세를 30%로 낮춘 걸 두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말라. 지금 말한 건 가장 불쾌한 질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용어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암스트롱이 만든 것으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위협과 철회에 따라 시장이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을 거듭하자 더욱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타코 트레이드 전략에 따라 관세 위협 직후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터무니없이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이를 철회하거나 유예하는 '치킨아웃' 전략을 반복해왔다.

지난달 2일 '해방의날'에 발표한 고강도 상호주의 관세는 부과한 지 몇 시간 만에 90일간 유예하겠다고 선언했고,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했던 145%의 보복 관세 역시 90일간 30%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주에는 유럽연합(EU) 제품에 다음 달부터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말 사이 부과 시점을 7월 9일로 연기했다.

오락가락한 관세 정책에 따라 주가는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고 있다. S&P 500 지수는 '해방의날' 직후 단 이틀 만에 10% 폭락했지만, 이후 빠르게 회복해 28일 기준으로는 반등 폭이 9.1%에 달했다. 지난주 EU에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증시는 하락 마감했지만, 주말 사이 입장을 번복한 후 개장한 장에선 2% 상승했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창립자 톰 에사이는 "수익률을 보면 분명한 결론이 나온다"며 "타코 트레이드는 작동했고, 관세 위협 직후 주식을 사는 전략도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타코 트레이드'의 유효기간은?…"이젠 안 통할 수도" 회의론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과연 타코 트레이드 전략이 계속 시장에 통할지 의문을 제기한다. 에사이는 "시장이 이미 타코 트레이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관세 관련 하락 폭은 이전보다 얕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문제는 대통령의 신뢰도가 언제 손상되기 시작하느냐는 것"이라며 "관세를 걷어차며 연기하는 전략도 몇 번이나 통하지 않는다. 시장은 이제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세를 낮추고 유예한다고 해도, 관세 부담은 분명히 높아졌고 이는 경제 성장 둔화,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이를 느슨하게 봐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 초 개최한 통화정책 회의록에는 관세가 올해 인플레이션을 급격히 자극할 것으로 보이고, 노동 시장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예고 없이 반복적으로 변경하는 상황은 노동 시장의 회복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FOMC 위원들은 경제 불확실성 증가, 노동 시장 악화,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이유로 기존의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에사이는 "앞으로 시장이 15~20% 더 오를 수 있을지는 트럼프의 관세 발언이 아니라, 관세 부담과 정책 불안정, 고금리, 소비 위축 등 거시적 변수 속 미국 경제가 얼마나 더 견딜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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