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고위 관료 "전 세계 통신사, 해킹 대비하라"

기사등록 2025/05/27 17:03:15

美 백악관 출신 뉴버거 스탠퍼드대 교수 초청 강연

"AI, 양날의 검…선제적 우위 확보해야 유리"

SKT 사태엔 "통신사 정보 중요…위험성 계속↑"

[서울=뉴시스]앤 뉴버거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부보좌관)가 2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AI 시대의 디지털 주권과 사이버 안보'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한국경제인협회) 2025.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통신사 해킹 사건을 대응했던 백악관 고위관료가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해킹 사태와 관련해 민간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 통신사들이 해킹 공격 대상이 되고 있으며, 디지털 세계에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해킹을 막기 위한 대응 역시 국경을 초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이 고위관료는 "인공지능(AI)은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선제적 우위를 확보한 쪽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AI 모델의 국가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와 함께 'AI 시대의 디지털 주권과 사이버 안보'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사이버·신기술 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앤 뉴버거(Anne Neuberger) 스탠퍼드대학교 교수가 참석해 기조 연설과 토론에 나섰다.

◆전 백악관 고위관료 뉴버거 교수, 사이버공격 엄중함 강조
뉴버거 교수는 "지난 15년간 가장 심각한 사이버 공격 사례를 볼 때 사이버 무기는 세계 정세를 좌우하는 중요 수단이자 국가 행동의 강력한 도구"라며 "우리는 사이버가 경쟁, 위기, 분쟁에서 국가 권력 도구임을 배웠다"고 밝혔다.

뉴버거 교수는 2010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합류했으며 2019년 NSA 산하 사이버보안국 초대 국장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는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NSC 부보좌관으로 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 종료 시까지 해당 직무를 수행하며 미국 내 주요 사이버 공격의 대응을 이끈 핵심 인사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버라이즌, AT&T, T모바일 등 3대 통신사를 포함한 9개 네트워크가 해킹 공격을 당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 관계자도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버거 교수는 당시 백악관 고위 관료로 이들 사건 대응을 주도했다.

그는 악성코드가 미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의 수도 및 전력시스템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 "단순한 스파이 활동을 넘어 위기 시 미국의 군사 동원 저지 또는 민간 혼란 유발을 위한 준비로 보인다"며 "방어와 공격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우리는 방어에서 반드시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 싱가포르, 인도, 한국을 비롯해 여러 유럽 국가의 주요 통신사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며 "통신사는 민감한 전화 통화 도청부터 사기까지 정보의 보고이기 때문에 국가와 범죄자 모두의 표적이 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앤 뉴버거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부보좌관)가 2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AI 시대의 디지털 주권과 사이버 안보'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한국경제인협회) 2025.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스마트TV 등 기기, 새로운 위협 가능성"
연결성이 강화된 사회와 스마트 기기들이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진단도 제기했다.

뉴버거 교수는 "우리 가정의 모든 연결 기기가 해커의 침입 경로가 될 수 있으며 이는 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까지 악용될 수 있다"며 "이는 가정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 인프라 전반에 해당되는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해킹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해킹 범죄가 모든 국가를 표적으로 삼는 만큼 민·관 협력과 국제적 연대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뉴버거 교수는 "미국 주요 통신사 해킹 사건 당시 최초 탐지는 민간 사이버보안 기업이 미국 정부에 이를 알리면서 시작됐다"며 "백악관에서는 통신사 CEO들을 소집해 업계 전반의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백악관에 이어 NSA에서는 정보기관과 민간 기업 간 최초로 비밀 등급 없는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했고 정부가 보유한 위협 정보를 즉시 피해 기업에 공유했다.

미국은 스마트 기기 보안 라벨링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TV 등 기기에 대한 사이버보안 검증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뉴버거 교수는 "삼성, SK텔레콤, LG가 세계 최초로 '사이버트러스트마크' 라벨을 부착한 제품을 출시하게 되길 기대한다"며 "이 라벨은 EU와도 상호 인증이 돼 미국에서 테스트를 통과하면 유럽에서 재검증 없이 판매 가능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AI 시대의 디지털 주권과 사이버 안보'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앤 뉴버거 스탠퍼드대학교 교수(前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副보좌관),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조영철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회장. (사진 = 한경협)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AI 양날의 검…선제적 우위 확보해야"
AI에 대한 선제적 발전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AI는 공격자와 방어자 모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지만 양측에 똑같이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제적 우위를 확보한 쪽에 결정적 이점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뉴버거 교수는 "방어든 공격이든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을 먼저 확보한 자가 전장을 지배할 수 있다"며 "이는 우리가 지금 AI와 관련된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정보를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민간에 공유해야 하고 민간도 같은 수준의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은 스마트시티와 로봇 분야에서 선도국가인 만큼 AI 모델 국가 전략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뉴버거 교수는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태와 관련해 "특정 회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통신사는 안보를 포함한 많은 민감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는 만큼 해킹 위험 노출도는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 유럽 등 많은 통신사들의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다른 국가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여러 기업들과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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