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조사는 "괴롭힘 아냐", 노동당국 "괴롭힘 맞다"
法 "사실 다르지만 객관적 조사 아니라고 볼수없어"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 결과가 사실과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면 조사가 이뤄진 기관을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3일 전북 전주시의 시민단체인 평화주민사랑방에 따르면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지난 14일 익산시의 한 사단법인에 대한 과태료 사건에서 해당 법인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해 해당 사단법인 산하의 청소년쉼터에서부터 불거졌다. 해당 쉼터에서 일할 보호상담원 팀장을 뽑는 채용과정에서 법인 대표 A씨는 면접에 지원한 B씨에게 업무와 상관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A씨는 면접 과정에서 "B씨와 나는 원고와 피고 관계 아니냐. 당신이 나를 피고로 만든 것이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 발언은 A씨와 B씨 간 기존 근로관계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던 상황이었기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을 들은 B씨는 해당 사단법인에 진정을 냈다. 이후 이 법인은 두차례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냈다.
그러나 노동당국은 A씨의 해당 발언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법인에 대해서도 노동당국은 객관적 조사실시 의무를 저버렸다며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반자(사단법인)은 객관성이 결여된 조사를 해 이 사안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녹취록과 노동당국 판단을 종합하면 A씨가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이 명백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위반자는 진정 접수 후 두차례의 조사를 통해 폭언 내용 등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이상 이를 토대로 내려진 판단이 잘못됐다고 해 객관적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평화주민사랑방은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상의 과태료 부과기준에 따른 것이지만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대한 법률의 제·개정 취지를 오해한 판결"이라며 "향후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을 개정해야 할 이유가 됐다"고 반발했다.
A씨는 같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돼 지난 2월19일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 결정이 그대로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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