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낙화놀이 "불꽃이 떨어져 연못위에 살포시 날아간다"

기사등록 2025/05/05 23:13:53
[함안=뉴시스]5일 오후 경남 함안군 함안면 무진정에서 열린 제32회 함안낙화놀이 본행사 중 황금빛 낙화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사진=경남도 제공)2025.05.05. photo@newsis.com
[함안=뉴시스] 김기진 기자 =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조지훈 시인의 '낙화(落花)' 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낙화'는 떨어지는 꽃을 의미한다.

꽃이 떨어지듯 불꽃이 무진정(연못)위에 떨어지는 장면은 장관이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이같은 장면은 보기 어렵다.

 '제32회 함안낙화놀이 공개행사'가 5일 오후 7시 경남 함안군 함안면 무진정에서 어스름한 노을을 뒤로 하고 그림같이 펼쳐졌다.

옛 조상들이 사찰 초파일과 대보름날 밤하늘에 떨어지는 불꽃을 보는 놀이로 뽕나무나 소나무 또는 상수리나무 껍질을 태워 만든 숯가루를 한지주머니에 채우고 이것을 연못위에 줄을 매고 그 줄위에 매달아 불을 붙인다.

[함안=뉴시스]제31회 경남 함안 낙화놀이.2024.05.15.(사진=함안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 불씨주머니에 든 숯가루가 타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이러한 모습이 마치 ‘불꽃’이 떨어져 날아가는 것 같아 ‘낙화놀이’라고 불린다.

오후 7시가 넘어 불꽃이 절정에 이르자 사전예약자 6500여 명의 관객들은 일제히 감탄을 연발하며, 휴대폰으로 저마다의 추억을 남긴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가운데 참석자 수천 명은 낙화놀이가 시작되자 질서정연하게 고요한 불꽃놀이를 만끽했다.

무진정은 조선시대 문신 무진 조삼이 기거하던 곳으로 후손들이 그의 덕을 추모하기 위해 연못가에 정자를 건립하고 그의 호를 따서 '무진정'이라 한데서 유래된다.

[함안=뉴시스]제31회 경남 함안 낙화놀이.2024.05.15.(사진=함안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또 2022년 KBS 드라마 '붉은단심'에서 남여 주인공이 '낙화놀이'를 배경으로 만남을 자주 가졌던 장소로 알려져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함안군은 작년부터 사전예약제를 도입하고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울였다.

지난 3월 26일 오전 10시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예약을 접수했고, 불과 1분 만에 입장권이 매진됐다.

함안군과 경찰 소방은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을 위해 관람석을 일부 확장하고 무진정 둘레에 안전휀스를 설치했으며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통신장애 방지를 위한 기지국 증설을 하는 등 해마다 '안전제일'을 우선으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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