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외면한 안창호…인권단체 "차별조장기관으로 전락"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김지현 인턴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인권단체들이 30일 안창호 인권위원장을 강하게 규탄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바로잡기공동행동·무지개행동·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 앞에 중립은 없다"며 "양측 행사에 모두 불참하겠다는 인권위 입장은 혐오를 묵인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는 2017년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지원해온 인권위가 지난 28일 '어느 한쪽 행사에만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올해 축제 불참을 공식화한 데 따른 반발이다.
인권위는 그간 매년 축제에 부스를 설치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와 차별 예방 홍보 활동을 벌여왔다. 이성호, 송두환 전 인권위원장이 직접 행사에 참석했던 전례도 있다.
단체들은 '혐오 앞에 중립은 없다', '성소수자 혐오는 다른 입장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안 위원장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혐오세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인권위가 2017년부터 서울과 대구퀴어축제에 참여해온 사실을 강조하며, 이번 불참 결정은 국제 인권 기준에도 어긋나는 퇴보라는 취지로 목소리를 높였다.
명숙 국가인권위원회바로잡기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안 위원장은 검사 시절부터 독실한 신자였고, 헌법재판관이 된 이후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해온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은) 인권위 사무실에 있던 '차별과 혐오를 넘어'라는 글자조차 떼게 했다"며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태도를 우려하지만, 위원장은 반대로 혐오를 천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한희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중립을 말하는 인권위 입장은 그 자체로 혐오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20년간 싸운 역사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반동성애·차별조장위원회로 몰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도 "'혐오와 차별을 넘어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등 모든 슬로건은 인권위가 국민에 천명한 약속"이라며 "차별과 혐오를 두고 중립을 말하는 것은 결국 혐오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이날 인권위에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입장 공개질의 및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며 안 위원장 면담 대신 인권위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권순부 무지개행동 사무국장은 "이 상황에서 위원장 면담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공개질의서와 항의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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