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겁 없다 서현

기사등록 2025/04/26 06:07:00

'거룩한 밤:데몬 헌터스' 극장 영화 데뷔

바른 생활 이미지 벗고 시크한 퇴마사로

"전 겁날 게 없어요, 두려움도 업습니다"

"사람들이 날 10대 서현으로 기억할 뿐"

데뷔 19년차 그 흔한 구설수 한 번 없어

"그렇게 활동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전 겁날 게 없어요."

이렇게 말하는 배우 서현(34)에게 그런 말을 하기엔 조금 이르지 않냐고 물었다. 데뷔 19년 차인 서현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벌써 20년 가까이 일했어요. 수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그러면서 단단해졌고요. 전 두려움이 없어요."

여기서 잠깐 복기 해볼 게 있다. 서현이 겁이 없다는 건 이미 2022년에 어느 정도 증명된 적이 있다. 그의 영화 데뷔작 '모럴센스'는 그간 한국 영화·드라마가 다룬 적 없는 성적 취향인 BDSM가 소재인 로맨틱 코미디였다. 이 영화는 S(복종) 성향의 남자가 자신을 D(훈육·지배) 해줄 여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역대 최고로 평가 받는 아이돌 그룹 막내 멤버가 자신의 첫 번째 영화로 선택한 게 이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바르다, 라는 그 이미지가 바로 저이기도 해요. 제 안엔 명확한 선이 있어요. 그런데 그 선들이 저를 틀에 가두지 않아요. 제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많죠. 사람들이 저를 아직도 소녀시대의 막내로, 10대 시절의 저로 생각할 뿐입니다."

데뷔하자마자 최고였고, 지금도 소녀시대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유닛 그룹 태티서 멤버로 충분한 성공을 거뒀고 뮤지컬 배우로도 인정 받았다. 영화 이전 각종 드라마에 나오면 나무랄 데 없는 연기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았다. 온갖 사건사고와 구설에 휩싸였던 소녀시대 다른 멤버들과 달리 이렇다 할 논란 한 번 없었다. 말 그대로 탄탄대로였다. 굴곡이 보이지 않는데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거냐고 묻자 서현은 다시 한 번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아무 논란 없이 활동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데요. 어떤 논란도 만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이 험난한 세상에서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날 다잡으면서 내 길을 가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신을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가진 나무"라고 말한 서현은 두 번째 영화이자 첫 번째 극장 영화 '거룩한 밤:데몬 헌터스'에서 그 뿌리를 기반으로 당연하게 도전을 택했다. 주인공은 이른바 '거룩한 밤'이라고 불리는 퇴마 그룹. 샤론·바우·김실장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 악마를 퇴치한다. 서현이 맡은 건 샤론. 샤론은 퇴마 의식을 주도하는 인물로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일종의 무당이다. 서현은 평소엔 엉뚱하고 새침하면서도 일을 할 땐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샤론을 맡아 극을 주도한다. 이 작품을 제작한 배우 마동석이 전면에 나서 있긴 하나 실제로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샤론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서현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저도 제게 어떤 이미지가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제게 이런 역할을 제안해줬다는 것 자체가 참 기쁜 일이었어요. 제가 전에 보여준 적 없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얼마나 감사해요. 날 믿고 이 역할을 제안하고 맡겨준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가지려고 했어요."

서현이 말한 그 뿌리는 부모님의 믿음이라고 했다. "아무리 실수를 해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언제나 내게 큰 힘이 돼준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흔들리지 않게 다잡아주는 것으로 책을 꼽았다. 몸을 트레이닝하듯 정신도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제가 약해질 때 책이 제 정신의 근육이 돼서 절 잡아줬던 것 같아요."

어떤 것도 겁나지 않게 되기까지 서현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린 시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때 그는 소녀시대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오직 경력을 쌓기 위해 살았다고 했다. 서현은 "후회는 없다"며 "그런 때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했다. "전 실수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실수를 해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여유도 있어요.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던 시기가 있었고, 그 시기를 넘어 이젠 시야가 넓어졌죠. 일도 잘하고 제 주변 사람도 챙기면서 살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