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꿈은 노동자"…세차·카페 운영도 거뜬히[20일 장애인의날]

기사등록 2025/04/17 07:10:15 최종수정 2025/04/17 10:52:25

LG생활건강 장애인 표준사업장 '밝은누리'

직원 절반 이상 '중증장애인'…공장과 상생

서덕천 대표 "선입견·차별 없는 고용환경"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 16일 밝은누리 세차장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4.17.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장애인의 꿈이 뭔지 아십니까? 다름 아닌 노동자예요. 직원들에게 복지 1순위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하나같이 '직업'을 말합니다. 직업 자체가 복지인 게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요."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앞둔 16일 오후 LG생활건강 청주공장 주차장 한편. 여러 사람이 구석구석 때를 닦고 광을 내는 데 여념이 없다.

스팀 장비부터 고압분사기, 앉은뱅이 의자까지 동원된다. 세차 후 햇빛 아래 빛나는 차들은 이들의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가늠케 한다.

간판도 버젓이 내건 정식 영업이다. 가게명은 '밝은누리 세차장'. 직원 6명 중 4명은 장애인이다.

'밝은누리 세차장'은 고급 손 세차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루 7대의 차량만 받는다. 매달 말일 이뤄지는 예약신청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마감된다고 한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 16일 세차장 직원 정강민씨가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4.17.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차장 직원 정강민(29)씨는 땀을 닦을 새도 없다. 작업 내내 무표정이던 그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고 나서야 숨겨둔 미소를 짓는다. 중증 발달장애를 앓고 있으나 일솜씨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다.

"제가 여기서 일한 지 9년 정도 됐어요. 정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는데 정말 행복해요. 바쁘게 일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잖아요."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 16일 바리스타 신병찬씨가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다. 2025.04.17.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공장 복지관 2층에는 같은 이름의 카페도 있다. 이곳 역시 직원의 절반 이상이 장애인이다.

중증 발달장애를 지닌 바리스타 신병찬(30)씨는 주문부터 음료 제작까지 바쁜 와중에도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다. 쿠폰 도장까지 챙기며 단골손님 잡기도 빼먹지 않는 섬세함마저 갖췄다.

"이곳에 일하면서 사회에 정착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등학생 때 배워둔 바리스타 일을 할 수 있어 기쁘기도 하고요. 학교를 졸업하고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한다는 게 꿈만 같아요."

밝은누리는 LG생활건강이 2015년 사회적약자 고용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전체 직원 94명 중 59명은 장애인(중증 55명·경증 4명)이다.

밝은누리는 세차장, 카페 외에도 매점, 화장품 샘플포장, 환경미화 등 다양한 모습으로 공장과 상생하고 있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밝은누리 서덕천 대표 2025.04.17.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34년간 LG생활건강에 몸담았던 서덕천(61) 대표는 2년 전부터 밝은누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출퇴근길이 같은 근무지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부끄럽지만 그동안 성과와 실적에 매달린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이곳에 와보니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저조차도 장애인과 마음의 담을 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서 대표는 지역사회의 장애인 고용 지원 확대를 계획 중이다. 견학프로그램 제공, 장애인 면접 컨설팅 등을 통한 지역 장애인 고용률 제고가 새 인생 목표다.

"이제야 인생의 답을 찾았습니다. 사람은 사람과 함께 한다는 걸 말이죠.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직장을 만드는 데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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