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하늘에겐 재미가 중요하다

기사등록 2025/04/09 05:59:00

새 영화 '야당'에서 야당 이강수 역 맡아

마약판 은어 경찰 공조 마약 브로커 의미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캐릭터로 구성"

"실제 야당들의 자신감 이강수에 입혔다"

"유튜브 영상 보며 마약 중독 연기 참고"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선과 악 가운데 있었으면 했어요."

배우 강하늘(35)은 영화 '야당'(4월16일 공개)의 이강수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강수는 야당이다. 이 단어는 마약판 은어. 어둠의 세계에 관한 정보력을 무기로 경찰의 마약 범죄 해결에 도움을 주는 전문 정보원이자 브로커다. 마약 범죄를 해결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일견 정의로운 구석이 있지만, 그 역시 사회악에 종속된 일개 범죄자에 불과하기도 하다. '야당'은 야당 이강수가 동업자나 다름 없던 검사 구관희(유해진)에게 뒷통수를 맞은 뒤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죠. 역시나 나쁜 짓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호감으로 보일 순 없었습니다. 이강수는 극을 이끌어 가는 캐릭터인데, 이 인물이 비호감이라면 관객이 그를 따라가야 할 이유가 없을 거라고 봤어요. 너무 선하지도, 너무 악하지도 않으면서, 그렇지만 매력이 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야당이라는 존재가 너무 극적으로 보이긴 하나 야당은 현실에 존재한다. 강하늘은 바로 그 믿기 어려운 현실에 끌렸다고 했다. "대본 초반부를 읽을 땐 야당이 완전한 허구인 줄 알았어요. 계속 읽다 보니까 지어낸 것이라면 만들어낼 수 없는 디테일이 있더라고요. '야당이 진짜구나. 이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배우로도 활동하는 황병국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야당 이강수와 검사 구관희, 마약 수사 경찰 오상재(박해준), 유력 대통령 후보 아들 조훈(류경수), 마약을 했다가 경찰에 잡힌 배우 엄수진(채원빈)이 얽히고 설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화된 부분이 많긴 하나 황 감독이 실제로 야당을 인터뷰하며 얻은 세부 사항을 바탕으로 완성해간 작품이다. 강하늘은 황 감독이 야당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보며 이강수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

"이 사람들 정말 자신만만하더라고요. 떵떵 거린다고 할까요. 그들은 자신이 절대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자기랑 엮여 있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잡아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옷을 화려하게 입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마도 이런 자신감 때문에 그렇게 입는 것 같았습니다. 극 중 이강수는 허머를 타고 나오죠. 실제로 야당들이 그 차를 많이 탄다고 합니다. 고증이 된 설정이에요."

머리를 길러서 올백으로 넘긴 헤어스타일, 붉은색 틴트 선글라스, 잘 정돈돼 있으면서도 화려한 옷차림의 이강수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강수의 히스토리로 관객을 설득하기보다는 자신감 넘치는 이 캐릭터의 매력으로, 이 인물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증을 만들어냄으로써 관객을 끌어당기고 싶었습니다."

'야당'엔 세 가지 버전 이강수가 있다. 야당이 되기 전 이강수, 구관희를 통해 야당이 된 이강수, 구관희에게 배신당한 뒤 마약 중독에서 살아돌아온 이강수다. 가장 드라마틱하게 표현되는 건 강제로 마약을 주입 당해 중독자로 살다가 죽을 고비를 넘어 약을 끊고 돌아오는 과정이다. 강하늘은 유튜브에서 마약 중독자 영상, 마약을 끊은 이들의 영상을 찾아가며 연기에 참고했다고 했다.

"다행인 건 마약에 중독돼 가는 과정이나 마약을 끊는 과정 모두 각양각색이었다는 겁니다. 사람마다 증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제 표현에 자유를 얻었달까요. 어떻게 표현해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관객이 그 과정에서도 재미를 느꼈으면 했습니다. 실제 마약 중독자를 실감 나게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영화만이 만들어줄 수 있는 재미를 담은 연기를 했어요."

강하늘은 '야당' 전반부에선 구관희를 맡은 배우 유해진과, 후반부에선 오상재를 연기한 박해준과 주로 호흡한다. 강하늘은 유해진이 자신을 어린 후배로 보는 게 아니라 함께 연기하는 동료로 봐준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박해준에 대해선 평소 박해준 연기의 팬이었기 때문에 함께 연기하는 게 행복했다고 말했다.

"유해진 선배님이 절 동료로 대해주는 것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연기를 잘해서 보답하고 싶었어요. 제가 어리고 후배라고 주눅 들어 연기할 순 없으니까요. 박해준 선배님의 강약 조절을 정말 좋아해요. 평소엔 릴랙스된 상태였다고 힘을 줘야 할 땐 확실하게 주는 연기랄까요. 함께 연기하면서 마치 1열에서 관람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연기했습니다."

강하늘은 현재 누구보다 다작하는 배우다. 지난달 21일엔 영화 '스트리밍'을, 오는 16일엔 '야당'을, 다음 달엔 시리즈 '당신의 맛'을 내놓는다. 6월엔 '오징어 게임3'로 돌아온다. 그는 "제가 너무 자주 나오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특별히 어떤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작품을 선택하진 않습니다. 제가 재밌는 걸 선택하고 그걸 관객과 시청자에게 최대한 재밌게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그게 제 연기관이라면 연기관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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