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논리 과장과 왜곡 심하다"-NYT

기사등록 2025/04/03 07:06:49 최종수정 2025/04/03 07:28:23

주요 선진국 대부분 미국과 평균관세율 비슷한 수준

중국 등 무역 장벽 심한 나라 상호 관세 부과는 타당

캐나다 등 장벽 거의 없는 동맹국에 부과는 어불성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2025.04.03.[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2025.04.0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을 내세우며 중국과 같은 적대국은 물론 캐나다, 유럽 등 전통 동맹국들에게도 상호관세를 부과했으나 트럼프의 주장에는 과장이 심하고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적용해왔다는 트럼프의 주장에는 일부 옳은 대목도 있다. 자유 시장 경제를 중시하는 미국은 전 세계에서 무역에 가장 개방적인 나라 중 하나인 것이 사실이다.

개방 무역의 결과 미국은 반도체, 의약품 같은 핵심 제품조차도 수입 의존이 커졌다.

또 중국과 같은 나라들은 미국 수출품에 강력한 무역 장벽을 설치하거나, 과도한 수출로 세계 시장을 왜곡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주장에 과장이 심하며 사실과 배치되는 내용이 많다고 지적한다.

트럼프가 2일 발표한 관세는 외국이 미국에게 부과하는 관세 수준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다.

트럼프가 취임 뒤 지난달까지 부과한 관세만으로도 미국의 수입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관세 총액이 지난해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여기에 2일 발표된 상호 관세가 적용되면 지난해의 수십 배 수준이 될 전망이다. 

1기 대통령 시절 트럼프가 중국 등에 부과한 관세로 미국의 관세 수입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2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 것이어서 여파가 이번처럼 단기간에 수십 배로 늘어나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우리는 외국이 미국 수출품에 부과하는 만큼만 관세를 부과한다. 사실 우리는 외국보다 관대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시 선임 고문은 “엄청난 과장”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장을 개방한 것은 세계에 준 선물이며 그로 인해 미국이 관세 불균형 상태에 놓이게 됐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평균 관세율이 낮은 편이지만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무역가중 평균 관세율은 2.2%였으며 유럽연합(EU)은 2.7%, 일본은 1.9%, 캐나다는 3.4%, 중국은 3%, 스위스는 1.7% 등이었다.

반면 인도 12%, 멕시코는 3.9%, 베트남은 5.1% 등 상대적으로 빈곤한 나라들의 평균 관세율이 높은 편이다.

◆미국도 고율관세 부과하는 제품 많아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는 매우 다양하다. 미국은 약 1만3000개 수입품에 대해 개별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 관세율은 WTO 또는 그 전신인 관세 및 무역 일반협정(GATT)에서 협상을 통해 정해진 것이다. 각국이 설정한 관세율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데, 이는 각국이 협상하면서 가진 우선순위가 달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나라가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수입을 막을 필요가 있는 품목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아 수입이 필요한 품목에는 낮은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도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품들이 있다. 모든 수입 담배에 350%, 아일랜드산 버터 대용품에 260%, 중국산 스테인리스 주방용품에 197%의 관세를 부과하며 땅콩, 의류, 신발, 설탕에도 비교적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과거 미 정부가 보호하려던 산업 분야였다. 이들 중 의류 사업과 같은 일부 산업은 미국에서 거의 소멸된 상태다.

다른 나라가 설정한 관세 수준을 그대로 따라하겠다는 트럼프 주장이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경제학자들이 비판하는 배경이다. 미국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 커피, 코발트, 바나나 등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소비자에 대한 부담만 늘릴 뿐이다.

또 중국과 캐나다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난하는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의 시각은 크게 왜곡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과 각종 정책을 통해 자국 산업의 경쟁력 우위를 뒷받침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중국 정부가 로봇공학, 항공우주, 신에너지 자동차, 생물 제약 등에서 세계 시장 지배를 목표로 산업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대량 수출되면서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철강 등 각종 산업에서 미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었다. 이에 더해 값싼 중국산 소비 제품을 대량 수입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크게 늘었다.

따라서 중국에 대해 무역 관행을 개선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비교적 타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캐나다를 중국 대하듯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접근이다.

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로버트 애트킨슨 대표는 “캐나다는 대부분 규칙을 지키는 동맹이지만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동원해 미국을 첨단기술 산업에서 앞지르려는 적대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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