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기대…변수는?[메모리 상승세 온다②]

기사등록 2025/04/01 14:01:00 최종수정 2025/04/08 08:44:40

첨단 산업 전환기 때 찾아온다는 '슈퍼 사이클'

시장 불확실성 커…美 관세 예고에 업계 '촉각'

'AI 고점론'도 고개…수요 둔화 우려 변수 지목

[서울=뉴시스]SK하이닉스는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 제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 = 업체 제공) 2025.03.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최근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반도체 초호황기를 뜻하는 '슈퍼 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들린다. 다만 AI 투자 고점론과 함께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등 불확실성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의 쌀'로 통하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매 첨단 기술 전환을 기점으로 수요 폭증을 경험해 왔다.

앞서 ▲2002년 PC 보급 ▲2008년 스마트폰 대중화 ▲2012년 차세대 통신(4G) ▲2016년 클라우드 서버 증설 ▲2020년 디지털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는 AI가 호황기를 견인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특히 AI 반도체의 '짝꿍'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이미 올해 생산분이 이미 매진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말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HBM 물량은 이미 솔드 아웃(Sold out)됐다"며 "내년 물량도 올해 상반기 내 고객과의 협의를 마무리해 매출 안정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역시 최근 "HBM의 강력한 수요로 인해 이미 2026년 계약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범용 메모리 시장도 수요 회복에 힘입어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메모리 가격이 최근 몇 년간 급격한 하락 이후 하향 안정화 돼온 만큼 첨단 산업의 혁신을 가속하는 데 긍정적인 환경이 될 수 있다.

통상 AI 연산을 단말기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이른바 온디바이스 AI의 경우 기존 단말기보다 더 큰 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에서 생성형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최소 16GB 이상의 D램이 쓰인다. 지난해 주요 제품(8GB)의 두 배 수준이다. PC 역시 올해부터 AI PC의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용량이 더 커지고 있다.

메모리 업계에서는 오는 2026년까지 메모리 상승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채널 파트너들에게 서신을 통해 가격 인상을 통지하며, "메모리와 저장장치 시장은 회복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자동차, 로봇 등까지 온디바이스 AI의 시대가 속도를 낼수록, 수혜는 메모리 산업에 더 집중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 행사에 전시된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12단 'HBM3E'에 친필 사인을 남겼다.
◆AI 투자 고점론에 메모리 수요 단기 회복 그칠 수도
다만 최근 메모리 시장의 흐름을 무작정 낙관하기 어렵다는 경계론도 고개를 든다.

특히 AI 반도체에 대한 '투자 고점론'이 제기되면서, 업황 전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동안 AI 산업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지속돼 왔는데, 최근 들어 빅테크(기술 대기업)들이 AI 투자 관련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올해 중국의 저비용 AI인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반도체로 활용되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최신 제품 대신 기존 제품이나 다운그레이드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HBM의 경우 기존 범용 제품과 달리 주문 후 제작하는 방식의 사업 구조로, 생산 캐파(생산 능력)도 고객 수요에 맞춰 늘린다는 점에서 범용 제품보다는 사업의 가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D램 공급 업체들이 HBM 관련 투자를 일제히 확대하는 상황에서, AI 반도체 업그레이드 수요가 둔화할 경우 HBM 역시 공급 과잉에 빠질 수 있다.

최근 범용 메모리 수요 증가도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PC와 스마트폰 업체들이 최근 부품 비축을 재개한 이유에는 재고 조정이 마무리됐기 때문이지만, 미국 보편 관세 부과에 앞서 선구매에 나선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올 하반기 수요가 상반기로 앞당겨진 만큼 이후 수요 감소가 다시 나타날 수 있어 수급 상황을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 소비 심리가 나빠지고,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는 등 경기 둔화 우려도 감지된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미국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의 확정치는 57.0으로, 2022년 11월(56.8) 이후 2년 4개월새 가장 낮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가 지속한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정책으로 인해 올해 미국 경제 성장속도가 더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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