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어머니의 노래' 공연, 용역업체 선정 잡음 속 무산 위기

기사등록 2025/03/31 10:14:18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30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열린 '오월어머니의 노래1집' 제작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오월어머니들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가족을 잃은 슬픔과 41년의 삶을 15곡의 노래에 담았다. (사진=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2021.10.30.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남편과 자식들을 잃은 '오월어머니'들의 애환을 담은 공연이 사업 대행 용역업체 선정을 둘러싼 잡음 속 무산 위기에 놓였다.

올해 첫 공연이 불과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용역업체가 사업 포기 의사를 밝혀온데 이어 무대에 오르는 오월어머니들 일부가 사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오고 있다.

3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광주 서구의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승일 서구의장이 운영하는 A행사기획사는 최근 ACC의 '오월어머니의 노래 국내외 공연 대행 용역' 사업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구두 의사를 전했다.

A사는 ACC가 해당 사업을 재공고한 지난달 11일 용역 입찰(4억7680만원 규모)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전 의장은 같은 의회 동료인 더불어민주당 김형미 서구의원을 A사에 채용했으며, 이후 김 의원이 작성한 사업제안서와 프리젠테이션 발표 등을 토대로 사업 우선 계약 협상자 지위에 선정됐다.

법적 하자는 없었지만 의정활동에 매진해야 할 의원이 동료 의원을 채용해 영리 목적 사업 계약에 나선 점, 김 의원이 뒤늦게 겸직신고서를 제출한 점 등에서 윤리·도덕적 문제가 불거졌다.

A사는 지역사회의 공분에 부담감을 느껴 계약 포기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도 지난 27일 서구의회에 A사 사직 등 내용이 담긴 겸직신고서 변동내역을 제출했다.

A사의 사업 포기 의사가 전달되면서 사업 속개에 난항이 우려된다. 당장 오는 5월24일 첫공연을 앞뒀지만 용역 업체 선정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상황에 참가자들인 오월어머니들 사이에서 공연 반대 기류도 흐른다.

ACC는 협상을 최대한 진행하되 여의치 않으면 차순위 업체와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ACC 관계자는 "사업 포기와 관련해 A사와 조만간 만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약속이 잡힌 것은 아니다. 사업 추진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아 최대한 협상을 서둘러 진행하고자 한다"며 "만약 A사가 사업을 공식적으로 포기해 관련 행정절차가 진행될 경우 조달청 지침에 따라 재공고가 아닌 (경쟁 당시) 차순위 업체에게 협상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에 참여하는 한 오월어머니는"오월어머니의 노래는 40여 년 간 묵혀온 어머니들의 아프고 절절한 사연을 노래하는 자리"라며 "5·18에 대해 잘 모르고 접점도 없는 정치인이 나서는 것은 이 사업을 돈벌이로 이용한 것이라고 본다. 일부 오월어머니들 사이에서는 노래를 안부르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ACC는 지난 2018년부터 5·18의 민주·인권·평화 가치 확산을 위해 5·18 희생자의 가족과 매년 '오월어머니의 노래' 합창 공연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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