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싱싱한 수산물 직접 구입, 즉석에서 구워 먹는 장터 큰 호응
평범하지만 특화된 이벤트로 승부수…향후 경품행사·차박 캠핑 등 구상
"인구 감소 속 상인, 서비자들도 고령화 추세여서 갈수록 시장 존립 어렵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갔던 전통시장. 각박한 살림살이에 가족들의 끼니와 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식재료, 공산품이 있는 곳. 어머니는 최소 금액으로 많은 식재료를 구입해야 했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먹을 것만 눈에 들어왔던 추억의 장소. 산업화 시대를 지나 곳곳에 대형마트로 전통시장은 많이 쇠퇴했지만, 여전히 그 명맥은 유유히 이어진다. 지역경제의 근간이고,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문화의 장소이고, 생명이 숨 쉬는 곳이기 때문이다. 뉴시스는 충남도 내 14개 시군 대표 전통시장을 순회하면서 생명이 숨 쉬고 문화가 느껴지는 삶의 현장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태안=뉴시스] 유효상 기자 = 충남 서해 끝자락에 위치한 태안군. 지형은 서해 바다의 품에 안겨 있는 형상이다. 이에 곳곳이 관광자원이다. 빛 축제, 튤립과 백합축제, 가을꽃 축제, 여름엔 해수욕장 개장 등 4계절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태안군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없다. 그렇기에 전통시장은 주민들에게 생활경제의 터전이다. 동부, 서부, 안면도 등 3곳의 시장이 있지만,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서부시장을 찾았다.
태안군 태안읍 남문리에 위치한 서부시장은 동부시장(1918년 개장)에서 1975년 분가했다. 점포수는 154곳. 동부시장보다도 규모가 크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 수산물 시장이 특화돼 있다. 어느 전통시장에 가도 다 있는 공산품, 일반 잡화, 먹거리 등등 겉보기에는 평범한 전통시장이다.
서부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깔끔한 현대화된 이미지가 눈에 들어온다. 일단 비 가림 시설이 잘돼 있다. 시장 내 온도를 조절해주는 첨단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사계절 시장 안이 춥거나 덥지 않고 비와 눈이 내려도 우산을 쓸 필요도 없다.
여기에 상인들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는 시골 장터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면 곧 시장 분위기에 젖는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다양한 분식과 간식을 파는 먹거리 상점은 줄을 잇는다.
이렇듯 시장 안에 먹거리가 풍성하다보니 서부시장만이 자랑할 수 있는 이색 이벤트가 눈길을 끈다. 소비자가 직접 시장 내 수산물을 사서 불판에 구워 먹는 구이장터가 바로 그것. 서부시장만이 다른 전통시장과 특화된 사업이다.
서부시장 상인회(회장 김진섭)는 2023~2024년까지 2년 동안 ‘서해바다를 굽자’라는 슬로건으로 구이장터를 운영했다. 주민과 관광객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상인회는 정부로부터 문화관광시장 사업비를 지원받아 수산물이 많이 잡히는 제철에 맞춰 이벤트를 진행했다.
구이장터는 상인회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장소와 도구를 무료로 제공했다.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수산물, 고기 등 먹거리를 구입해서 직접 구워먹는다.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상인회에 따르면 구이장터는 일단 자리가 없어 대기 줄이 엄청날 정도였다. 2023년에는 1년에 한차례 7~9월까지 3개월 동안 했다. 지난해에는 봄과 가을에 3개월씩 두차례 6개월을 운영했다. 올해도 계획하고 있지만 사업비가 줄어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
태안 서부시장 구이장터는 전통시장이 문명의 발달과 현대화된 유통구조 속에서 꺼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불씨를 보는듯 했다.
소비자들이 집에서 수산물을 구워 먹자니 냄새와 쓰레기 등의 부담이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 싱싱한 수산물을 직접 사서 그 자리에서 구워먹을 수 있도록 뮤료로 시스템을 갖춰주니까 소비자들 기호에 적중했다. 서부시장만의 차별화된 전략이다.
김진섭 회장은 “우리 시장 상인들은 성실하게 했을 뿐 잘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외부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문화관광형 시장 중에는 잘된 사례로 평가됐고, 중소기업청으로부터도 우수 시장 인증을 받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전국 전통시장 공통사항일텐데요. 인구도 줄고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들도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전통시장이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 걱정"이라며 "태안군 인구가 줄어 6만명이 조금 안되고, 시장 내 상인은 물론 소비자들도 고령화되는 추세여서 갈수록 시장의 존립도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 등의 다각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 회장은 "도시의 사람들이 태안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유도해야 한다"며 "구이장터는 더욱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경품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할 수 밖에 없다. 또 주말에는 부모와 아이들이 특별한 추억을 만들수 있도록 주차장 2층에서 차박캠핑을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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