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지지자, 매크로까지 동원해 탄핵 반대…헌재 게시판 도배

기사등록 2025/03/11 12:56:04 최종수정 2025/03/11 15:19:43

이날 낮 12시 18만7000여건 글 게시…탄핵 반대가 대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서 대통령 지지자들 매크로 사용법 공유

11일 오전 11시30분 기준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 글을 작성하려면 "현재 접속자가 많아 서비스 접속 대기 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대기 순서가 2240번이라는 안내가 떴다. (사진=헌법재판소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자  헌법재판소 인근이 탄핵 찬반 단체의 연이은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헌재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를 촉구하는 글을 수십만건 쏟아내고 있다.

11일 오후 12시 기준 헌재 자유게시판에는 18만7724건의 글이 올라왔다. 전날에는 총 25만5338건의 글이 게시됐다.

윤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로 풀려난 지난 8일 1만457건의 글이 게시됐고, 석방 이튿날인 지난 9일에는 총 16만6180건의 글이 올라오는 등 게시글이 지속 폭증하는 추세다.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 글을 작성하려면 "현재 접속자가 많아 서비스 접속 대기 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대기 순서가 2240번이라는 안내가 떴다. 기자가 대기한 지 30분이 지난 후에야 글을 작성할 수 있었다.

게시판에는 '사기 탄핵 각하하라!', '불법 탄핵을 철회하라!', '탄핵을 막아야 한다' 등 제목의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글들이 중복돼 다수 올라와 있었다. 반면 '탄핵 찬성', '즉각 파면 촉구' 등 탄핵을 촉구하는 글도 다수 보였다.
 
이처럼 헌재 게시판에 십수만건의 글이 빠른 시간 게시되고 있는 배경에는 자동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탄핵 반대 딸깍으로 끝내기'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는 헌재 공식홈페이지에서 몇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탄핵 반대 글이 자동 등록되는 스크립트가 공유됐다. 이 방법을 통해 '내란죄가 빠진 탄핵, 정당한가?', '탄핵 남발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등 제목의 글이 무작위로 게시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다.

이에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허위조작감시단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탄핵을 막으려고 극우 세력이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을 불법 점령한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감시단에 따르면 ▲사기탄핵 각하하라(1만1835건) ▲탄핵 절대 반대(8079건) ▲사기 탄핵 절대 반대(7925건) ▲헌법재판소는 공정해야 합니다. 불법탄핵 반대(7570건) ▲탄핵반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지 마십시오(7378건) 등의 순으로 조작 게시물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매크로를 이용해 게시판 효용을 저해하고 타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면 공무집행방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라면서도 "다만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할 경우 처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헌재 차원에서 매크로 사용을 차단하는 등 조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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