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유럽 버림'에 미국이 억눌려온 '독일 핵국가'론 부상
![[AP/뉴시스] 유럽연합 긴급 정상회의가 열린 6일 독일 기민련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왼쪽)가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총선 후 새 총리직에 오를 것이 확실한 메르츠는 곧 개막한 27개국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현 올라프 숄츠 총리가 앉았다.](https://img1.newsis.com/2025/03/06/NISI20250306_0000161146_web.jpg?rnd=20250306161854)
지난달 총선 선두로 곧 새 독일 총리직에 오를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련 대표는 최근 주간지 프랑크프루터 알게마이네 존탁스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프랑스 및 영국 보유 핵억지력의 확장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독일이 독자적 핵무기 보유를 추구 추진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보수적 성향임에도 메르츠는 "오늘은 이것에 대한 필요가 없다"는 말에 그쳤다. 저널 지는 이를 보유 추구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오래된 터부를 부서뜨린 발언이란 것이다. 그만큼 트럼프의 취임 이후 독일 그리고 유럽의 안보 기초가 얼마나 격심하게 흔들리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독일 총리들은 2차대전 종전 후 이제까지 한번도 유럽 내 미 핵억지력을 대신할 어떤 것을 요청하고 촉구한 적이 없었다.
2차대전 후 독일 연방은 소련 공산권 블록에 맞서는 최전선 성채로 환영받으며 서방 동맹 체제에 합류했다. 그럼에도 독일은 프랑스와 영국과 달리 독자적 핵무기 보유를 포기했으며 대신 미국 핵우산 휘하로 들어갔다.
미국 전술핵 무기들은 현재 독일 서부의 뷔헬 공군기지에 비축되어 있으며 미 대통령이 명령만 내리면 독일 공군은 이를 실전 전개할 태세가 되어 있다.
미국은 아직까지 유럽 주둔 미군을 철수하려 한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1기 재임 때 이런 철수를 시도했었다. 트럼프는 지금 러시아의 독재적 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과 데탕트를 추구하고 있고 이로 해서 미국의 유럽 안보 억지력에 대한 유럽인들의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흔들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유럽 국가 중에서 미국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해외주둔군을 두고 있는 독일에서 만큼 버림받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곳은 없다고 저널지는 말한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틀 전 자국 보유 핵무기의 억제력을 유럽 우방으로 확대하는 안을 곧 구체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마크롱은 이전에도 이런 제안을 했으나 독일 정부는 무시해왔다.
프랑스 보유 핵탄두 수는 500개 미만이며 다른 유럽 보유국인 영국도 비슷해 6000개에 육박하는 러시아와 경쟁이 되지 못한다. 프랑스와 영국은 최소한의 핵 억지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언제나 '미국 백스톱' 체제 속에 놓여 있다. 일이 크게 벌어져 독자적 감당이 안 될 경우 필시 미국이 도와준다는 믿음과 시스템인 것이다.
독일로서는 안보를 프랑스와 영국에 하청해 맡겨버리는 것은 프랑스 정부와 영국 정부의 정치적 변동에 스스로 볼모가 되는 것을 자청하는 셈이다.
그런데 지금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 트럼프의 변덕에 꼼짝없이 휘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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