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려아연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일부 인용
영풍 측 3월 정기 주총서 경영권 확보 시도
영풍 의결권 살아났지만 집중투표제는 유지
MBK 인수 홈플러스 법정관리도 변수로 거론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법원이 일부 인용하면서, 영풍의 보유한 고려아연 의결권(지분율 25.42%)을 행사할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지분율에서 더 앞선 영풍 측이 3월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에 나서며 경영권 확보에 한발 다가갈 수 있다.
단 법원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주장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대해서도 효력을 인정한 만큼, 정기 주총 표 대결은 첨예한 다툼이 될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가 많은 최 회장 측에게 더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영풍 측과 지분 차이를 좁힐 경우 이사회 장악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이날 고려아연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이 영풍 측 주장을 받아들여 영풍 측이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집중투표제 효력은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사실상 영풍 측과 최 회장 측 손을 모두 들어준 셈이다. 이에 따라 남은 경영권 분쟁은 정기주총 표 대결 결과에 따라 나뉠 조짐이다.
영풍 측은 호주에 소재한 고려아연 손자회사 선메탈스코퍼레이션(SMC)이 상법상 상호주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지분율 25.42%)을 제한했던 임시 주총 결과는 무효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번에 법원이 이 가처분을 인용하며 영풍 측은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정기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승리를 거둔 지난 임시 주총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 측은 지난 1월 말 열린 임시 주총에서 SMC가 주총 하루 전 영풍 지분 10.33%를 매입한 것을 이유로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은 핵심 안건을 대거 통과시키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최 회장 측은 이번 법원의 인용으로 정기 주총에서 영풍 측과 또 다시 표 대결을 치러야 한다.
영풍 측은 의결권 기준 고려아연 지분 46.7%를 확보하고 있어, 3월 말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에 나설 방침이다. 현 지분 구도에선 영풍 측이 우세해 최 회장 측이 승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최 회장 측이 원한 집중투표제가 효력을 인정받아 변수로 작용할 조짐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수에 선출하려는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1주를 가진 주주는 5명의 이사를 선출할 때 총 5표(1주 × 5명)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풍 측보다 지분율이 낮은 최윤범 회장 측에 유리한 투표 방식이다.
일각에선 MBK파트너스가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법정 관리)를 밟고 있는 점은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영풍 측이 46.7% 의결권을 행사해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 나설 것"이라며 "단 MBK파트너스가 대주주인 홈플러스가 경영난에 빠진 것은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에 명분을 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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