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간 건강한 간으로 교체하면 돼'
1988년 간이식…평생 장기이식 힘써
고인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195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암 연구를 하며 '병든 간을 고칠 수 없으면 건강한 간으로 교체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미국 덴버대학의 간이식 성공 사례를 보며 장기이식 분야 전문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고인은 1970년 7월부터 1년간 미국 콜로라도대 외과 토머스 스타즐 교수팀에서 신장·간 이식의 임상과 동물실험을 경험했다. 개 간이식 실험을 시작한 지 3년 만인 1972년 개 간이식에 성공했다.
고인이 진두지휘한 서울대병원 외과팀은 1988년 3월 뇌종양으로 뇌사 판정을 받은 간 제공자 이모(당시 14세)군의 간을 대사성 간질환인 윌슨병으로 인한 간경변증을 앓고 있던 이모(당시 14세)양에게 최초로 이식했다.
당시에는 뇌사자 관리에 관한 법률이 없었고 수술 장비 등 여건도 열악했다. 고인은 자신이 본 미국 장비와 비슷하게 만들어 수술에 사용했고, 집안이 넉넉지 않은 환자의 수술비로 써 달라며 사비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과 이건욱 교수팀은 1992년 7월 국내 최초의 생체 간이식으로 볼 수 있는 아시아 첫 부분간 이식에도 성공했다. 뇌출혈로 뇌사에 빠진 46세 여자 공여자의 간 중 일부인 좌-외측 구역을 선천성담도폐쇄증 환자인 1세 남아에게 이식했다.
고인은 정년까지 간 이식 수술 17건을 집도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건표·형남씨, 딸 서경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6일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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