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 가우라브 굽타 VP 애널리스트 인터뷰
메모리 시장, 장기적으로 中에 도전 받을 것
"리스크 감수하고 혁신 기술에 과감히 베팅해야"
스타게이트 등 대규모 프로젝트 기회로 삼아야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5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을 가져갈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 했을 것입니다. 더 이상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가우라브 굽타 VP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는 상황과 관련해 "보수적이어선 안 된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 위치한 가트너 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중국 기업들은 미국이 아무리 수출 통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더 작은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성공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반도체 및 전자 산업 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혁신과 제품 전략에 대한 자문을 제공해온 지식 전문가로, 인텔과 IBM 등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며 공정, 수율, R&D(연구개발) 등 반도체 업계에 대한 탄탄한 기술적 배경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는 특히 중국에서 나온 저비용 생성형 AI(인공지능) '딥시크'와 관련해 "(오픈AI의 10분의 1 수준인) 600만달러라는 개발 비용에 대한 진실 논란은 차치하고, 딥시크 이전에도 중국 업체들이 굉장히 많은 AI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며 "지금도 매주 새로운 모델이 나오는 등 중국 AI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는 메모리 시장 역시 올해와 내년 각각 13.0%, 11.6% 성장하겠지만 2027년과 2028년에는 각각 4.6%, 7.5%의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중국 CXMT, YMTC 등이 생산 물량을 계속 늘리고 있어 메모리 시장은 장기적으로 도전의 연속이 예상된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5~10년 후 혁신 기술에 과감하게 베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 리스크가 큰 상황이지만 굽타 애널리스트는 딥시크의 등장이 시장의 경쟁을 촉발하면서 AI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낙관했다.
특히 굽타 애널리스트는 "딥시크에서 사용된 기술들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서 개발을 낮추면서 새로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라며 "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 등 누구도 AI 경쟁에서 패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관련 투자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물론 한국이 주도권을 가진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프로젝트 역시 "굉장히 많은 것 중 성공한 몇 개일뿐"이라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비용을 낮추는데 지나치게 천착하다보면 미래의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고 놓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등장한 점도 한국 기업들이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봤다.
그는 "인류의 우주 프로젝트, 인간 게놈 프로젝트 등 역사상 진행된 모든 대규모 프로젝트는 일부 기업의 투자에서 시작해 새로운 파트너십이 구성되고 연구기관, 학계 등으로까지 영향이 이어진다"며 "성패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진행되는 단계에서 여러 가지 부수적인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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