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의무보유 확대 제도에…"기관들 먹튀 방지 vs 급등락 심해질 우려"

기사등록 2025/01/21 15:26:15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 세미나…전문가들 평가는

'좀비기업 신속 퇴출' 패자부활전 필요 목소리도

기업공개(IPO)·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에서 21일 정부, 유관기관, 학계,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정부가 내놓은 기업공개(IPO)시 기관투자자 의무 보유를 유도하는 제도 개선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의 '단타'를 방지할 수 있다는 기대와 유통주식수 물량을 줄여 가격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부실 기업의 증시 신속 퇴출 방안은 전문가와 업계가 시장 신뢰 제고 측면에서 대체적으로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기업 회생, 투자자 보호를 고려해 패자부활전 제도가 잘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IPO·상장폐지 제도 개선 성공하려면" 전문가 평가는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열린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 세미나'에서 "기업 회생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증시 경쟁력과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건 더 중요하다. 부실 기업 퇴출 제도의 운영 기조 자체를 구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계 기업 비중이 높은 현재 코스닥 시장 상황이 지수 상승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좀비 기업 증가가 정상 기업과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국내 증시 진입·퇴출 수 추이를 보면 부실 기업은 늘어나고 부실한 기업의 퇴출은 지연되는 현상이 반복됐다"며 "상장 제도적 측면에서 좀비 기업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우선 현행 상장폐지 재무 요건인 시가총액 50억원, 매출액 50억원 등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절차가 비효율적이라 퇴출에 긴 시간이 걸리는 점도 핵심 문제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1년 이상 장기간 개선을 보유해도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비율은 평균 21%, 상장이 유지된 기업들의 장기 성과를 추적해보면 다시 한계상황에 도달하고 장기간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해외에선 개선 기간을 18개월 내에 종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 상장폐지 절차 효율화 두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PO 제도 개선 관련 발제를 맡은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홍콩, 싱가포르, 유럽 등에서 도입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국내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너스톤 제도는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에 사전 배정을 허용하는 제도다.

그는 "최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증가는 제도 변화, 단기차익 기대심리 등에 기인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런 기관투자자 증가가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공모주 과열 양상을 초래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코너스톤 제도는 불확실한 공모주 또는 IPO 시장 침체 상황에서도 투자 유치의 불확실성을 축소할 수 있다"며 "대형 기관투자자의 가격 정보 제공으로 인한 가격 발견 기능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보유 확대, 가격 급등락 줄여줄까…좀비기업 퇴출시 패자부활전 필요성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유관기관, 전문가,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밝혔다.

패널 토론 중 유승창 KB증권 주식발행(ECM)본부 전무는 기관투자자 '먹튀' 방지를 위한 의무보유 확대가 되레 상장 초기 유통 물량을 줄여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관의 보호예수와 의무보유확약으로 유통 주식 수가 적어지면 크지 않은 매매 규모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전무는 "신규상장주의 가격제한폭이 400%까지 커진 상황에서 실제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을 크게 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매매 세력도 있다"며 "부작용에 대한 추가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통주식수 제한 문제로 상장 초 가격이 많이 오르는 현상은 정책 당국도, 저희도 알고 있다"며 "분명히 앞으로 풀어야 될 문제지만 이번 제도는 장기 투자를 유도해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무보유 우선 배정이 40%라고 했지만 기관투자자의 40%인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기업들이 너무 적은 유통주식수로 상장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스닥엔 상장 당일 몇시간 전에 시초가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시장 변동성을 줄인 다음에 매매시키는 제도가 있다"며 "부작용이 심각하다 하면 시초가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 공시 방안 등 장치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 상장폐지 제도에 대해선 기업 회생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패자부활전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는 건의사항도 나왔다.

김춘 상장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그런 회사들도 향후 별도의 주식거래가 가능하도록 유예기간을 두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코스피에서 퇴출되고 바로 끝낼 게 아니라 코스닥, 코넥스로라도 상장할 수 있도록 간단한 절차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은 "자격이 되는 기업들만 존재하는 시장이라는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 기조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개인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상장시장(K-OTC) 등 패자부활전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준만 코스닥협회 상무는 "코스닥 기업 중 최근 3년 간 꾸준히 매출액 7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당기순이익도 60억원대를 기록하는 건실한 회사가 있다"며 "시총 기준을 낮추거나 시총 요건에 따른 퇴출시에도 이의신청을 가능하도록 해 옥석가리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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