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 운전·사고 후 미조치 혐의
1·2심 모두 유죄 판단…징역형 선고
과거 입원 경력·알코올 중독 증세
대법 "치료감호 필요성 판단했어야"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법원이 형사 재판 과정에서 알코올 중독 상태가 명백히 의심되는 피의자에 대한 치료감호를 요청하지 않으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해 12월26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3년 3월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을 상대로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를 받았다. 또한 2022년 11월과 2022년 12월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2023년 4월에도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다 주차된 차량을 치고 도주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8개월과 구류 20일을 선고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원심이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하지 않은 것은 재범의 위험성을 방치한 행위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재판 과정 중에 '알코올 사용에 의한 상세불명의 정신 및 행동 장애', '상세불명의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등이 적시된 진단서를 제출했다.
담당의사는 진단서에 '입원 당시 알코올 금단 증상 및 인지기능 저하, 지남력 장애 등이 심한 상태였으며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퇴원했다. 자기관리능력이 없는 상태이므로 보호 및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사료된다'고 의견을 남겼다.
또한 매일 소주 2~3병을 마시고 인지 저하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입원했으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퇴원한 상태로 지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치료감호법은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를 치료감호대상자라고 정한다.
검사는 피의자가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관할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공소제기된 사건의 심리 결과 치료감호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A씨를 치료감호대상자로 보고, 법원이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살펴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고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피고인에 대한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가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의 알코올 섭취 습벽과 재범의 위험성 및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의 필요성에 관해 정신감정을 실시하는 등으로 충실한 심리를 하고 피고인에 대해 치료감호를 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고 치료감호청구 요구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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