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허나우 인턴 기자 = 스페인 출신의 트랜스젠더 배우가 골든 글로브를 수상한 가운데, 그의 수상식 소감이 화제다.
6일(현지시각) NBC뉴스, USA 투데이 등에 따르면 영화 '에밀리아 페레스'에 출연한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52)은 전날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영화 작품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 영화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에밀리아 페레스'는 멕시코 갱단 두목의 대부 마니타스가 조력자인 변호사의 도움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에밀리아 페레스로 살아가는 내용이다.
가스콘은 영화에서 공포와 경외의 대상인 주연, 마니타스 역을 맡아 가부장적 관행에 맞서는 성전환 여성이라는 상반된 두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했다.
작품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가스콘은 감독의 호명을 받아 대표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불교 승려복을 연상케 하는 주황색 드레스를 착용한 가스콘은 마이크를 잡은 후 "감사하다"고 한 뒤 "남묘호렌게쿄, 남묘호렌게쿄, 남묘호렌게쿄"라고 읊었다.
남묘호렌게쿄는 일본의 신흥종교 국제 창가학회 신도들이 사용하는 주문 중 하나로, 불교 법화경 전체 명칭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일본식 발음인 '묘호렌게쿄'에서 비롯됐다.
'남(南無)'은 나무아미타불의 '나무'와 같은 말로 "귀의한다"는 불교 용어다. 신도들은 "법화경에 귀의하겠다"는 뜻의 해당 구절을 외우면 '누구나 복을 받는다'고 믿는다. 기독교의 '아멘'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가스콘은 "나는 오늘 불교 색상 옷을 입고 나왔다. 여러분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빛은 항상 어둠을 이긴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어 "여러분은 우리를 감옥에 가둘 수도 있고 우리를 때릴 수도 있지만 우리의 영혼, 존재, 정체성을 결코 빼앗을 수 없다"며 "여러분에게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여러분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가스콘은 2018년까지 후안 카를로스 가스콘이라는 남자 이름으로 활동했다. 2016년 자신의 성적 정체성이 '여성'임을 밝힌 그는 2018년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지금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년 11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스콘은 커밍아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삶의 경계에 있었다. 사랑하는 연기 일을 포기해야 할까 봐 두려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한편 '에밀리아 페레스'는 이날 최고 작품상을 포함해 여우조연상(조 샐다냐), 비영어 작품상, 주제가상을 받았다. 4개 부분에서 수상한 '에밀리아 페레스'는 영화 부문 최다 수상작이 됐다. 가스콘은 이번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라 유력 후보로 꼽혔으나, 영화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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