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에 가치 고정된 대표 스테이블코인
계엄사태 이후 11%↑…1300→1500원대로
달러 투자 수요, 테더로 대거 넘어와
"원화 가치 하락으로 테더 상승세 계속될 것"
테더=역외환율?…전문가들 "김치프리미엄 여파"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1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원화 가치가 하락하자 이를 헤징하기 위한 수요가 쏠린 영향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환율 쇼크가 지속된다면 테더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테더는 전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한때 1515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테더는 전체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대표 스테이블코인이다.
이달 초 대비 상승률은 10%가 넘는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이후로는 증가 폭이 무려 11%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1378원에 거래된 테더는 16일 만인 지난 19일 1542원까지 상승했다. 당시를 기준으로 추이를 따지는 이유는 테더가 비상계엄 이후 본격적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높은 일반 가상자산이라면 이례적인 상승폭은 아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라면 다른 이야기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기존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돼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가상자산이다. 보름 만에 가격이 10% 이상 널뛰는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이지 않다.
보통을 벗어난 가격 추이의 배경은 달러 투자 수요 증가다. 비상계엄 이후 원화 가치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환율을 추종하는 테더를 대거 매수한 것이다. 해외 주식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등 달러에 투자하는 기존 금융상품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도 테더 투자 포인트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량이 입증한다. 이날 기준으로 업계 1위 업비트를 제외하고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은 테더를 비롯한 스테이블코인이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에서는 테더가, 고팍스에서는 유에스디(USDC)가 각각 거래량 1위를 기록 중이다. 유에스디는 테더 다음으로 점유율이 많은 스테이블코인이다.
국내 금융시장을 흔드는 초유의 탄핵 정국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같은 테더 강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불안 해소가 없으면 환율이 1500원대를 넘길 것이라는 금융권 시각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강세론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 팀장은 "테더는 기본적으로 환율을 추종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 하락이 지속된다면 테더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달러의 상대적 고평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테더 가격 상승도 함께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어돕션(채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원화를 헤지하려는 수요를 포함해 달러에 대한 투자 수요가 분명하기 때문에 테더가 계속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테더가 실질적 환율?…"김치프리미엄 여파"
한편 일각에서는 테더 가격이 외환 당국의 개입이 없는 실질적 환율일 것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외환 시장과 달리 순수한 수급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점에서다. 테더 가격을 일종의 역외환율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현재 테더와 원·달러 환율의 가격 차이는 단순히 김치프리미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날 둘의 가격 차이는 김치프리미엄과 동일하게 2%였다.
김 센터장은 "환율 자체가 1500원에 근접한 상황에서 테더 가격에 김치프리미엄을 곱하면 큰 차이가 없다"며 "김치프리미엄이 테더에만 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상자산 전체에 고르게 낀 점을 고려하면 달러 투자 수요가 기존 가상자산 투자 수요를 압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의 테더 시장은 오직 한국인들만 접근할 수 있다. 또 테더 수요가 오직 가상자산 거래 목적인 점까지 고려하면 테더 가격을 실질적 원·달러 환율로 치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