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관련 기록물 실태 점검 마친 국가기록원
"특이사항 발견 못했다"는 입장 유지 중이지만
수사 통해 주요 증거물 폐기·훼손 의혹 속속
대통령기록관, 국무회의 회의록 존재 여부 함구
26일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지금으로써는 추가 점검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기록물 관리 실태를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12~20일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위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이 이뤄진 곳은 서울경찰청, 국군방첩사령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국방부, 국가정보원, 수도방위사령부, 경기남부경찰청, 육군특수전사령부 등 18개 기관이다.
당초 이번 점검은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정부 기록물들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실시됐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점검 결과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점검은 계엄사태를 전후로 기관에서 생산·접수한 기록물들이 누락되지 않고 전자시스템에 등록됐는지, 관련 문서들이 적절히 첨부됐는지 등을 살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대상 기관에 사전 안내한 내용이 이행됐는지, 키워드 검색을 통해서 계엄 관련 기록물 목록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실제로 해당 기록물들이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확인했다"며 "현재로서는 특별한 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계엄 관련 기록물들의 은폐·파기 여부는 점검을 통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기록원의 점검은 전자시스템에 등록된 관련 기록물 목록과 해당 기록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자시스템에 등록하지 않고 숨기거나 파기한 종이 형태의 문서들은 점검에서 확인되지 못했던 것이다.
당초 국가기록원의 점검은 강제성을 띄지 않아 한계가 뚜렷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수사기관과 달리 강제로 수사·조사할 권한이 없어 대상 기관들에 사전에 일정을 협의해서 점검을 진행했다.
국가기록원이 방문하기 전에 계엄 관련 중요 증거물들이 파기되거나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점검은 예정대로 협의된 일정에 맞춰 이뤄졌다. 점검도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고 9~17일이 지나 실시돼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의 중요 증거물들의 폐기·은폐 의혹은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속속 나오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A4 문서를 건네받고 경찰의 압수수색 전에 이를 파쇄했다고 최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계엄 사태 전후로 하달한 정치인 체포 명단을 계엄 해제 직후 폐기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파악됐다.
지난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국가기록원에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 폐기 금지 조치를 공식적으로 요청했지만, 아직 국가기록원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공수처 요청에 대해서는 지금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이 절차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핵심 증거인 '계엄 직전 국무회의' 회의록의 존재 여부도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난 24일까지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제출기한 당일까지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비서실 등 3개 기관을 대상으로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 관리 실태를 점검했지만, 국무회의 회의록 존재 여부를 확인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국무회의 회의록 확인 여부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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