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측 "집중투표제 전제 이사 선임 위법" 주장
고려아연 "정관 변경 전제 주주 제안 사례 많아"
집중투표제 도입 시 양측 지분 차이 감소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내달 23일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예고한 가운데, 영풍 측은 최 회장 측의 안건 상정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정관 변경 안건 가결을 조건으로 후속 안건인 이사 선임을 상정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영풍 측은 24일 "유미개발이 고려아연 임시 주총 안건으로 제안한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청구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최윤범 일가의 지분율이 88% 이상인 유미개발에서 제안한 정관 변경(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가결을 조건으로 같은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까지 청구했다"며 "고려아연이 이를 받아들여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을 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상법상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집중투표제로 이사 선임을 청구할 수 있는데, 고려아연은 정관상 집중투표제 배제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 전에 집중투표제를 허용하는 정관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풍 측은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허용하는 규정이 있어도 주총 6주 전까지 집중투표 방법으로 이사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상법이 집중투표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총 6주 전까지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회사에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고려아연 "법적 문제 전혀 없다" 반박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전제로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이 지난 10일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를 전제로 이사 선임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임시 주총 6주 전에 집중투표를 통한 이사 선임을 청구한 만큼,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됨을 전제로 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 제안 안건이 상정된 바 있다"며 "2021년 3월 한진 정기 주총에서도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 변경 안건 가결을 전제로 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졌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은 이와 관련 "회사와 주주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것이든 수용하겠다는 것이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의 진심"이라며 "MBK·영풍의 집중투표제 비난은 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 장애라는 판단에 기인하는 듯하나, MBK·영풍도 이번 임시 주총을 계기로 함께 회사의 미래 성장과 발전을 고민하는 파트너로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집중투표제 놓고 공방 이유는?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로 다수 이사들을 선임할 때마다 1주씩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21명(고려아연 측 7명, 영풍 측 14명) 이사 선임 안건이 다뤄질 예정인데, 주식 1주가 있다면 총 21명 이사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셈이다.
최 회장 측의 특별관계자 수는 53명, 영풍 측 특별관계자 수는 5명이다. 이 지분 구조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최 회장 측이 영풍 측과의 지분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최 회장 측 53명의 주주가 1주당 21명의 이사 선임을 행사할 경우, 주주마다 1주로 21주의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53명의 주주가 행사 가능한 의결권의 합은 사실상 1113주다.
반면 영풍 측 5명의 주주가 1주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의 합은 단 105주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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