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대리 기사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 것도 모자라 폭행까지 한 억대의 외제차 차주가 "미끄러졌다"고 주장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3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낮에는 생산직, 밤에는 딸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2일 오후 8시 40분께 경남 창원의 도계동으로 호출을 받고 갔다. 당시 차량에는 30대로 추정되는 포르쉐 차주와 그의 여자친구, 남성 지인 총 3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A씨가 앞 차량의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탑승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자, 조수석에 있던 차주 일행은 대뜸 "야 이 개XX야. 왜 출발 안 하는데. 언제 갈 건데?"라며 욕설하기 시작했다.
A씨가 "앞에 가족들 타고 있지 않냐. 어린이 탑승하고 있지 않냐.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일행은 "이것도 못 피해 가면 XX 대리하지 말아야지"라며 폭언을 했다.
이에 A씨가 "욕하지 말고 시비 걸지 말라"며 제지하자, 일행은 A씨의 얼굴 쪽으로 물병을 던졌다. 그런데 이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차주가 합세해 폭언을 이어갔다.
차주는 "내 차 너무 더러워졌는데, 감당할 수 있냐. 너 나한테 죽는다"며 여러 차례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일행은 "가만히 있어봐라. 아 XX 패고 싶네. XXX이"라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참다못한 A씨가 차를 세우고 경찰에 신고하자, 차주는 "야 XX야. 경찰 불렀냐"며 위협을 가했다. 여기에 일행은 "거지 새X야. 인생 왜 그렇게 살아. 5만원 주면 되냐"며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 갔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출동한 경찰과 일행이 실랑이하는 사이 벌어졌다. 차주가 A씨에게 다가가 박치기한 것. 급기야 차주는 자신을 말리는 경찰에게 "미끄러졌다. 미끄러졌는데 XX 뭐 어쩌라고"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이후 차주와 일행은 경찰에게 "운전 기사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머리로 대리기사 몸을 밀려고 했던 것인데 미끄러져서 그렇게 됐다"며 폭행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6일 후인 지난 18일 차주는 A씨에게 "사장님 뒷자리 탔던 사람이다. 상처를 드려서 죄송하다. 낮술을 많이 하다 보니 술에 취해서 사장님께 실수했다. 트라우마까지 생기셨다니 정말 죄송하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저는 폭행 전과를 포함해 아무런 전과도 없고 평소에 술 마시면 그렇게 행동도 하지 않는다. 술이 깨고 나서 저도 반성 많이 했다. 조사는 성실히 있는 그대로 받겠다"며 "날이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연말 잘 보내셔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A씨는 "폭행하지 않았다고 하는 주장이 황당하고 기가 차다"며 "합의할 생각 없으니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 후 딸이 '대학 안 갈 테니 그만두라'고 하더라. 하지만 저는 딸이 대학교 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며 "보디캠을 달고 대리기사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딸 대학 등록금 때문에 대리 시작했다는 말이 너무 가슴 아프다" "차만 좋으면 뭐 하냐" "인간은 평등하다. 누구에게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내 딸 대학 가는 거 보고 싶다는 말에 마음이 울컥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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