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이 내년에도 고강도 감독·검사 기조를 예고하면서, 다음달 중순 발표되는 우리·KB·농협금융지주 정기검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매운맛을 보여주겠다"고 경고한 만큼 향후 금융지주·은행에 높은 수위의 제재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달 우리·KB·농협금융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 및 은행에서 적발된 핵심 위규 사례를 선별하고, 금융사고·지배구조 등 공통 항목으로 분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검사의 경영실태평가 중 리스크관리·경영관리 등 하위 항목에 대해서는 일일이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결국, 그간 금융지주·은행에서 논란이 됐던 핵심 금융사고를 중점으로 검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행에 대해서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의 원인 규명과 함께 지배구조·조직문화 전반을 겨냥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금감원은 700억원 횡령, 부당대출 등 우리은행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점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부당대출이 현 경영진 체제까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경영 자질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또 우리금융그룹 전체에 파벌주의 등 잘못된 조직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만큼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KB금융·국민은행 관련해서는 금융사고와 운영리스크 관리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몇 년간 국민은행에서는 120억원대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를 비롯해, 100억원대 부당대출 등 배임·사기가 잇달아 발생했다.
매번 적자를 기록 중인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의 인수 적정성도 논란이다.
금감원은 당시 KB금융 경영진이 부코핀은행 부실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행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지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100억원대 배임사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의 원인이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경영개입으로 촉발된 문제라고 본다.
신용·경제 사업 부문이 분리됐음에도 농협중앙회가 계속해서 금융지주와 계열사의 인사·경영에 개입해 금융 경쟁력과 안정성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당초 금융지주 정기검사 결과를 이번달 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다음달 중순으로 연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원칙대로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1월에 발표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은 달라진 부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 금융지주에 공통된 우려사항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밝힐 것"이라며 "최근 발생한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기회로 삼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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