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험사 CEO 살해범, 테러·살인 혐의 무죄 주장

기사등록 2024/12/24 12:05:51 최종수정 2024/12/24 14:26:24

변호인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우려"

뉴욕시장 "냉혹한 살인이 역겹도록 미화돼"

[뉴욕=AP/뉴시스]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을 살해한 용의자 루이지 맨조니가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경찰에 호송되고 있다. 2024.12.24.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미국 의료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살인 사건 용의자 루이지 맨조니가 무죄를 주장했다.

ABC와 CNN 등에 따르면 맨조니는 23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법원에 출석해 살인 및 테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현재 혐의는 테러 조장 1급 살인 및 2급 살인, 무기 소지, 문서 위조 등 총 11개다. 그러나 미국 대중 일각에서는 그를 영웅시하는 분위기다.

이날 손과 발이 구속된 상태로 법정에 들어선 맨조니는 판사가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말에 직접 마이크에 대고 "무죄"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울러 맨조니의 변호인인 캐런 프리드먼 애그니필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내 의뢰인의 권리가 매우 우려된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26세 남성인 맨조니는 지난 4일 맨해튼 번화가에서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인 브라이언 톰슨을 총격 살해한 뒤 체포됐다.

총기를 이용한 살인 사건이지만, 그를 지지하는 대중은 보험사의 지급 거부 등 횡포를 규탄하며 의료 시스템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맨조니의 호송 과정에서 애덤스 시장의 행보를 문제 삼는다.

범행 이후 펜실베이니아에 수감 중이던 맨조니는 지난 19일 헬기로 뉴욕으로 호송됐다. 문제는 애덤스 시장이 헬기에서 내려 호송되는 그를 몇 발짝 뒤에서 따라 걷는 장면이 각종 언론에 노출된 것이다.

애덤스 시장은 "그의 눈을 마주하고 '당신은 내 도시에서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라고 말하고 싶었다"라고 당시 행위를 설명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맨조니가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인 애그니필로는 맨조니가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전시됐다"라며 "전적으로 불필요한 일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이라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애덤스 시장이 맨조니를 '테러리스트'라고 칭하는 이들과 교류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들이 잠재적으로 배심원이 될 수 있으며, 재판에 어떤 방식으로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의 관할도 문제 삼았다. 애그니필로는 "(맨조니는) 젊은 남자인데 두 개의 경쟁하는 관할권 사이에서 인간 탁구공 취급을 받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연방 검찰과 주 검찰은 그(맨조니)를 희생 위에서 공조하고 있다"라며 "그들 기소장에는 상반된 이론이 적혀 있고, 그들은 (맨조니를) 일종의 정치적 먹잇감으로 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사건은 미국 연방검찰과 뉴욕 주검찰이 별도 기소했다. 연방 기소 건으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지만, 주 기소 건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최고 형량이다.

변호인은 "맨조니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며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무죄"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정 인근에서는 맨조니를 지지하는 이들이 시위를 열었다고 한다. 이들은 "영리보다 사람이 우선", "의료보험은 인권" 등 포스터를 흔들었으며, 맨조니가 법정을 떠날 때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반면 애덤스 시장 측은 성명을 내고 "폭력은 우리 도시에 설 자리가 없다"라며 "두 아이의 아버지인 브라이언 톰슨에 대한 냉혹한 살해와 뉴욕 거리에서의 테러는 역겹도록 미화됐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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