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군사력, 협상력 가진 부동산 개발업자의 본능"
"스페인 전쟁으로 필리핀 차지한 옛 미국 식민주의 연상"
"파나마와는 트럼프 호텔 운영권 빼앗긴 악연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삼고 싶다고 말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은 그가 스페인과 전쟁을 통해 필리핀을 식민지로 만들었던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미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또 부동산 개발업자가 돌연 세계 최고의 군사력과 협상력을 가지게 되면서 드러낸 본능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은 고립주의와는 거리가 멀며 팽창주의, 식민주의를 연상시킨다.
트럼프는 영토 주권을 신성불가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트럼프는 노골적인 영토 찬탈을 비난하기는커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천재적” 행보라고 칭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해온 트럼프는 지금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핵심 요구로 삼아온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을 강조하지 않고 있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는 트럼프에게 상업적인 이익과 안보적 이익이 결부돼 있는 사안이다.
트럼프는 1기 대통령 시절 화장품 재벌인 친구 로널드 로더가 한 말에 꽂혔다. 2019년 국가안보회의(NSC)가 갑자기 그린란드를 사는 방안을 연구했고 트럼프가 거듭 덴마크를 압박했다.
트럼프보다 앞서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도 2차 세계대전 직후 그린란드 매수를 희망했다. 소련군을 배제하기 위한 냉전 전략의 일환이었다. 미국이 러시아, 중국과 북극 항로 개척 경쟁을 벌이는 와중이므로 같은 생각일 수 있다.
북극 전문가들은 트럼프 발언이 농담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북극 안보 전문가 왕립덴마크방위대 마르크 야콥센 조교수는 “지금은 웃어넘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야콥센 교수는 덴마크의 분노와 달리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모색해온 그린란드 주민들은 트럼프의 관심을 계기로 미국과 경제적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린란드는 2009년부터 언제든 독립을 선언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주민이 5만6000명뿐인 그린란드는 덴마크에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독립을 추구한 적이 없다. 그러나 트럼프가 관심을 보이면서 그린란드가 더 많은 미국 투자를 유치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희토류를 채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 국방부 출신으로 윌슨 센터 극지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셰리 굿맨은 “알래스카를 산 미국이 잘못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미국은 특히 중국이 그린란드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극에 대한 관심을 갈수록 키워온 중국은 2018년 북극 항로 개설 및 기반 시설 건립 계획을 밝혔다.
파나마 운하와 관련 트럼프는 개인적 악연이 있다. 트럼프 일가와 파나마시 트럼프 국제 호텔 대주주 사이에 오랜 법적 분쟁을 벌이는 와중에 파나마 경찰이 호텔 운영 계약을 맺었던 트럼프 오가니제이션(Trump Organization)을 쫓아내면서 호텔에서 트럼프의 이름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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