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방치해 불냈지만 무죄…法 "범죄 증명 없어"

기사등록 2024/12/24 07:00:00 최종수정 2024/12/24 07:44:24

피던 담배꽁초 아파트 베란다에 버리고 외출

남은 불씨 베란다 주변까지 번져 2㎡ 그을음

"건조물 훼손 않고 객체에 불 붙은 정도로 그쳐"

[서울=뉴시스] 서울북부지법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담배꽁초를 방치해 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인형준 판사는 실화 혐의로 기소된 A(37)씨에 대해 지난달 21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13일 서울 노원구 아파트 자신의 주거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불이 제대로 꺼지지 않은 꽁초를 버리고 그대로 외출해 불을 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꽁초가 투척된 쓰레기통에는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었고, 꽁초에 남아 있던 불씨는 쓰레기와 베란다 주변으로 번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행위로 해당 아파트 베란다에는 약 2㎡ 그을음이 생기고 쓰레기통이 타는 등 약 23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다만 인 판사는 무죄를 선고하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인 판사에 따르면 형법상 방화죄의 객체인 건조물은 토지에 정착되고 벽 또는 기둥과 지붕 또는 천장으로 구성돼 사람이 내부에 기거하거나 출입할 수 있는 공작물을 의미한다. 방화죄는 화력이 매개물을 떠나 스스로 연소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범죄 요건이 성립된다.

건조물 방화의 경우 목적물 자체에 불이 붙어 독립해 연소 작용을 계속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건조물을 훼손하지 않고 분리할 수 있는 객체에 불이 붙은 정도에 그친 경우 아직 독립연소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없다.

이 같은 법리는 실화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인 판사는 짚었다.

인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이 사건 화재로 그을음이 발생하고 쓰레기통이 타는 등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를 넘어서 문틀이나 벽, 기둥, 천정 등 주택을 훼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리할 수 없는 객체, 즉 목적물 자체에 불이 붙어 독립 연소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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