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경제 대책 관련 답변 태도 논란…박상우 "송구스럽다"
"거래량 하락 예의 주시…급등도 급락도 없도록 잘 관리할 것"
"계엄 당시 도로·철도 관련 지시는 안 해…계엄령 협조는 아냐"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개인적으로 비상계엄은 잘못된 조치였다고 생각하고 이에 동의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법안 상정 및 현안보고에 출석해 "국무위원에서 현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최근 정치적 혼란과 대통령 직무정지로 국민들께서 걱정하시고 정부정책이 제대로 계획대로 추진되는지에 대해 우려가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무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언제든지 적절한 처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다만 행정각부 장관으로서 국정을 정상수행할 의무가 또 있다"며 "저와 국토부는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추진중인 정책들을 계획대로 일관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도로·철도 등 SOC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또 택배, 건설 등 현장 근로자 근로여건 개선과 주거 취약계층 지원 등 민생 어려움 해결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에 여야에서는 이후 계엄 전후 박 장관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 및 대책 마련 등 국무위원으로서의 조치와 탄핵정국에서의 국토부의 역할 등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엄 이후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 경제 상황이기에 국토부에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대책이나 현황 자료를 요청했는데 3개 부서에서 '해당 없음, 추후 계획 검토'라고만 답이 왔다"며 "좀 성의 있게 대응을 해야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장관은 "좀 더 성의있게 답변했어야 하는데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좀 더 시간을 주시면 면밀하게 분석해 계산적이고 근거있는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맹성규 국토위원장과 손명수 민주당 의원 등이 한 번 더 같은 내용을 지적하자 박 장관은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빠른 시간 내에 건설산업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들이 발표단계까지 와 있다고 말씀드리겠다. 금융 PF나 공공공사비, 인력수급 문제 등 우선 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 (발표)하고, 고환율이 지속할 시에 대한 대책도 연속적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집값과 거래량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주택시장이 안정적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문에는 "안정적이라는 표현은 보통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때를 이르는 것이다. 지난 여름만 해도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걱정이 많이 나왔는데 그렇지 않다는 뜻"이라며 "가격은 현재 0.01%~0.02% 정도 편차가 있을 뿐 떨어졌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 단 거래량이 떨어진 것은 평균 대비 위험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부동산 시장은 3개월 정도 거래량이 줄고 위축됐다가 다시 회복된 바 있다. 이번에도 그 패턴으로 갈지, 아니면 환율 등 다른 요인도 안 좋은 상황이기에 (침체가) 더 오래 갈지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올 여름을 생각한다면 부동산 부양책을 쓴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해 생각하고 급등도 급락도 없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경위에 대해선 대통령 부속실 행정관으로부터 대통령실로 들어오셔야겠다는 연락만 받았고, 국무회의의 '국'자도 듣지 못했다며, 즉시 산본역에서 택시를 타고 갔으나 도착했을 땐 이미 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이후 박 장관이 11시50분 서울 정동에서 주재한 긴급 간부회의에서 '국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도로·철도·항공·교통·건설현장 등을 정상운행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맞는지를 묻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는 "(국토부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은) 잘못된 것"이라고 답했다.
박 장관은 "당시 (간부들에게) 정위치하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통신망을 잘 유지하라고만 했다"며 "이후 교통실장을 따로 호출해 내일 아침 출근길과 버스, 택시가 정상운영되도록 지시했다. 도로 및 철도는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한 의원이 "도로, 철도 등은 왜 안 챙겼냐"고 묻자 "코레일 등 공공기관이 자체 판단 하에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하며, 실제 지시와 보도자료가 다르게 나간 경위에 대해 별도 서면을 제출하기로 했다.
또 해당 지시 내용이 계엄령 1호 6조에 따른 계엄 협조 지시사항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박 장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행정각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제가 챙겨야 할 최소한의 의무를 챙긴 것일 뿐 고차원적인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고 즉각 반박했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및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과 관련, "한덕수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한다고 하는데 국무위원으로서 어떤 입장이냐"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지난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 사유로 보고된 내용은 특검의 필요성 여부가 아니라 특검법 안에 있는 검사 추천권 등 세부적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게 국무회의 당시 법무부 장관 보고로 이해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의원이 강하게 반발하자 박 장관은 "야당이 진정으로 특검을 하고 싶다면 국무위원이 제기한 내용을 토대로 다른 대안을 만들 생각은 왜 없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춘석, 전용기 의원 등이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대통령 사저 논란이나 BBK 특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특검 당시에도 야당이 주로 검사를 추천했고, 이번 사안 역시 대통령이 직접 연관돼 있어 기존 특검법대로는 검사 추천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자 박 장관은 "국무회의 당시엔 법무부 장관 의견이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원님들이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셨기에 다시 (검토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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