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림·차지연 건강 이상에 공연 당일 중단
한 명 컨디션 난조에 여러 작품 줄줄이 여파
'어게인 투란도트'는 공연 지연, 연출가 결별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지난달 한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레미제라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시카고', '하데스타운', '킹키부츠', '시라노'의 무대에 올라 다작했는데 이에 대한 해명인 셈이다.
결국 무리한 강행군에 터질 게 터졌다. 지난 20일 '시라노'의 낮 공연에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자 1막 종료 후 공연을 중단한 것이다. '킹키부츠'와 '시카고'의 지방 공연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다른 작품도 줄줄이 캐스팅이 변경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킹키부츠'의 성남 공연은 같은 배역인 '롤라'를 맡은 강홍석이, '시카고'의 부산 공연은 박건형이 '빌리 플린'을 대신 연기했다.
최재림은 올 초에도 여러 작품에 겹치기 출연하다 '레미제라블'에서 수 차례 음이탈을 내 비판을 받았고, 코로나19에 확진되자 여러 작품의 스케줄이 꼬인 바 있다.
지난 22일에는 '광화문연가'에서 월하 역을 맡은 차지연이 공연을 중단했다. 1막을 공연하던 중 과호흡이 발생해 급히 병원으로 이동했다는 게 제작사의 설명이다.
차지연도 두 개의 작품에 동시 출연 중이다. 그는 사태가 발생한 전날인 21일 부산에서 '명성황후'의 낮 공연에 섰다. 컨디션에 과부하가 걸리자 24일과 25일 낮으로 예정된 '명성황후' 부산 공연에 김소현이 출연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24일 낮, 24일 저녁, 25일 낮 공연을 모두 김소현이 소화해야 한다.
겹치기 출연은 뮤지컬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된다. 2~3개월의 단기 공연이 주를 이루다 보니 이른바 '티켓파워'가 있는 대형 스타를 캐스팅하게 되면서 러브콜이 소수의 배우들에게 몰리게 된다.
트리플, 쿼드 캐스팅이 일반적인 국내 시스템도 한 배우가 여러 작품에 동시 출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다.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다 보니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생각에서 다작하다보면 배우 한 명의 건강 이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작품에 민폐를 끼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리한 스케쥴로 인한 공연 품질 저하, 나아가 취소나 중단 등이 오롯이 관객들에게 피해로 돌아왔다. '제작사 CJ ENM은 '시라노'(RG컴퍼니 공동)와 '광화문연가'의 공연 파행으로 관객들에게 티켓 금액의 110%의 환불을 약속했다. 치열한 티켓팅 경쟁을 뚫고 예매해 시간을 내 현장에 왔고, 타 지역 거주자의 경우 장거리 교통수단이나 숙소에도 비용을 들인 만큼 110%가 충분한 보상이라고는 보기는 어렵다.
한편 클래식 공연계에서는 대규모 오페라로 이목이 집중된 '어게인 2024 투란도트'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내 공연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공연을 표방한 이 오페라는 당초 6800석 규모로 기획했다가 약 4000석으로 줄이면서 이미 표를 산 관객들의 자리가 사라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여기다 연출가 다비데 리버모어도 프로덕션과 결별을 선언하고 떠난 상황이다. 리버모어는 취재진들에게 보낸 자료를 통해 "주최 측이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버전을 강요했고, 계약상의 지불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2024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는 입장문을 내고 "리버모어가 도착해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어게인 투란도트의 무대 준비가 한창인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개런티를 요구했다. 들어줄 수 없는 협박까지 서슴없이 해 형사적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맞섰다.
'어게인 투란도트'는 박현준 예술총감독이 2003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연 야외 오페라를 재현하겠다는 취지의 공연이다. 해당 공연의 연출가가 장이머우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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