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구조개편' 한 목소리…정부 지원안에 쏠리는 눈

기사등록 2024/12/23 11:30:58

[여수=뉴시스]  단일규모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화학단지 '여수국가산단'. (사진=뉴시스DB) 2024.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가 내놓을 경쟁력 강화 방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윤곽이 이르면 연내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석유화학 기업들과 테스크포스(TF) 조직을 꾸려 지원책을 마련해 왔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으로는 기업활력법 적용 대상 확대가 거론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공급망 안정화 기금, 기업활력법, 관세정책의 3종 세트를 활용하겠다며 "석유화학 등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시 페스트트랙을 도입해 의사 결정 속도를 빠르게 하고,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 기업 간 산업 구조조정을 적극 진행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밑그림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단적으로 공정거래법 독과점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업계의 적극적인 구조개편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책은 M&A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이 될 수 있는데, 이런 조치만으로는 구조개편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나트타분해설비(NCC)로 대표되는 범용 제품 생산 설비 통폐합까지 거론되는데, 정부 개입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수 천㎞의 파이프로 연결된 대규모 장치 산업이다. 특정 사업을 따로 떼어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업부나 공장 단위 매각이 불가피하다.

현재 나프타 분해설비(NCC)는 울산 2개, 여수와 대산 각 4개씩 존재한다. 개별 기업이 나눠서 운영 중인데, 이를 통합해 설비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설비는 폐쇄하거나 매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상의 독과점 규제의 예외 조치 등이 필요하다. 기업 간 M&A를 넘어선 정부 차원의 큰 그림도 요구된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 1970년대 독점금지법 적용을 예외적으로 배제해 불황 카르텔 결성을 허용했다. 1980년대 생산 집중과 과잉설비 처리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시행했고, 2010년대 이후 범용 부문 설비 통폐합을 진행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지원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개별 기업 차원의 사업 조정만으로는 넘기 힘든 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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