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대생 최모씨(25)가 1심에서 징역 26년을 선고받은 데 대해 유족이 엄벌을 호소했다.
사건 피해자의 친언니라고 밝힌 A씨는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피해자가 지난 4월 친구와 나눴던 대화 메시지를 올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건 일부를 공개하려고 한다"며 "가해자는 극도로 치졸하게 제 동생을 두 달간 가스라이팅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제 아버지가 강남에 고층 빌딩을 세워주길 바랐으며 가해자가 강제 임신시키려고 했다는 모든 증거 자료들이 있다"며 "또한 가해자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제 동생에게 유학 가서 다른 남자 만나면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게다가 자살 쇼를 벌이며 동생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가 동생과의 혼인신고를 급하게 밀어붙인 이유는 동생이 7월에 유학을 떠나기 전에 혼인신고를 해야만 법정 상속인이 되고 아이까지 낳게 되면 부모도 어쩔 도리가 없으니 승낙할 수밖에 없다는 치밀한 계산하에 혼인신고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몰래 혼인신고한 것을 제 부모님에게 들킨 이후로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4월22일 제 동생의 모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일방적으로 차단했다"며 "동생이 가해자로부터 성관계 영상을 유포시키겠다는 협박을 듣고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A씨는 지난 4월24일 피해자가 친한 친구와 나눈 SNS 대화 메시지 일부를 캡처해 공개했다.
대화에서 피해자는 친구에게 "사람이 진짜 질린다. 속물적인 성격인 걸 왜 몰랐을까. 내가 뭐에 홀렸었나봐"라며 "이상한 걸 알았어야 했다. 어떤 제정신 박힌 사람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성 있게 본인 노력으로 개업하지, 남의 집안 재력에 업혀가려 하느냐"고 주장했다.
그러자 친구 역시 "그 사람이 그럴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그런 게 보이지만 당사자는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그런 게 절대 안 보인다"고 전했다.
A씨는 "아직도 동생의 유품이 돌아오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옷들이 피로 가득 물들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군데군데 칼자국에 가방도 난도질 돼 있었다. 동생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는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뻔뻔하게 사죄도 하지 않는 가해자와 그 부모가 제 동생이 아무것도 모른 채 살해당했을 때의 두려움과 고통보다 몇천 배는 더 괴로웠으면 좋겠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으니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내려지길 간절히 원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 5월6일 연인 관계이던 B씨와 결별 등 문제로 갈등을 빚다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와 피해자 B씨는 중학교 동창으로, 지난 2월 교제를 시작한 후 두 달만인 지난 4월 B씨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 이를 알게 된 B씨의 부모가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문제 상황이 생기자 격분해 사전에 살해할 것을 계획하고 미리 흉기를 준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을 신뢰하고 의지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범행 계획에 따라 아무 것도 모른 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지적하며 "부모, 가족, 지인들은 피해자를 다시 볼 수 없게 됐고 충격과 상실감, 앞으로도 겪어야 할 정신적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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